린위탕은 아니지만
이삿짐을 공간에 정리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토요일 이사를 하느라 겪은 피로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지만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전입신고를 하고 이 절차도 까다로워졌다. 나 혼자 하면 될 줄 알았더니 부모님이 오셔야 한단다. 가까운데 있지도 않은 행정 복지센터(맞나? 이 표현)로 노인 두 분을 모시고 가는 건 너무 힘들어 서류를 가지고 가서 작성하겠다니 안된단다. 잘 쓸 줄 모를 테니 자기가 가르쳐 주는 대로 쓰란다. 장난하나..정부 24로 하겠다고 하고 돌아 나왔다. 내가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아줌마라도 민원서류 작성도 못할까?
주문한 김치가 수요일 온다고 그래서 동생에게 며칠 먹을 김치 좀 가져다 달라니 코스트코 가방에 산더미 같은 반찬을 가져왔다. 정리해서 넣느라고 서있는데, 오래 서있지 못하는 다리가 비명을 지른다. 간신히 반찬 그릇에 모든 것을 다 옮기고 개수대를 씻고 나니 기절 일보직전이다. 나를 받쳐줄 사람이 없기에 쓰러지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 이사 정산으로 도시가스 전기 수도 업체에 전화하는 일도 혈압을 올리고, 나는 계량기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가서 보고 불러달란다. 이사 전 전화하니 관리번호 모르냐고 하고 간신히 알아 전화하니 계량기 보고 불러달란다. 일단 당월 고지서 온건 다 냈으니 난 모르겠다 배짼다하니 그제야 자신들이 사람을 보낸다 하고.. 그 결과 도시가스 수도 해결했다. 전기는 왜 연락 없는지. 살던 곳은 계량기가 어디 그나마 계량기는 어느 집건지 알 길이 없는 곳이다. 그냥 고지서 나오면 냈는데 아무튼 지금 살게 된 곳은 아파트인데 공공요금이 관리비에 들어가 나온다 그랬지? 그거 하난 편한가
내 방은 이제 조금 사람 사는 꼴이 난다. 아직 버릴 물건도 엄청나지만 정리에 한 달 잡아먹을 생각으로 느긋해 지기로 했다. 골병 나면 내 손해 아니겠어. 창고에 보관한 책이 돌아왔는데 지금 하나하나 살펴보는 중이다. 습기에 뒤틀리고 곰팡이도 피고 이것도 하나하나 챙겨 보낼 것들은 보내고 남길 것은 남겨야지. 그런데 병든 책의 모습이 참 아프다. 동생이 지금 누나가 사는 집을 내년엔 사서 주겠단다. 그 정도면 살기 좋지 않냐는데 욕심은 버렸어도 너무나 당당히 시혜를 베푸는 듯 말하는 아이의 태도가 거슬린다.
작은 일에 만족하며 거기서 생활의 즐거움 찾자 다짐했건만 내가 발견한 것은 생활의 기쁨이 아니라 욕심이 아닌지 놓지 못하는 집착은 나를 더 괴롭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