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하다
명절이 다가와서일까? 선물 세트가 배달되었다. 문제는 예전 살던 집으로 갔다는 거다. 이사 전에 아버지에게 알릴 사람들에게 변경된 주소 고지 하시라 말씀드렸다. 알았다고 분명 그러셨다. 내가 당신 전화기 뒤지는 걸 썩 좋아하지 않으신다. 본인을 무능력자 취급하는 것도 기분 나빠하신다. 그래서 알아서 하시겠지 생각하고 내버려 두었다.
방금 문자가 왔다며 보여주신다. 택배가 배송되었다는 문자다. 이게 뭔 소리냐 물으신다. 문 밖에 나가보니 아무것도 없다. " 예전 주소로 보낸 거 아닐까요?" 아직 동생이 그 건물에 있기에 전화를 했다. 챙겨놓으라고 말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올케에게 열어 보고 너네가 먹을 만한 거 챙기고 몇 개만 가져다 달라 문자를 했다. 그러고 나서 아버지에게 설명을 했다. 멍하게 쳐다보신다. 어머니가 부연설명을 하니 그 택배 상자를 가져오란다. 내가 주소 변경 안 하신 건 아버지잖냐. 무거운걸 누구보고 들고 오라 그러냐. 동생네 쓰게 하라
이렇게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당신이 이름을 보고 보낸 사람에게 잘 받았다 해야잖냐 그러신다. 그래서 보낸 사람 이름을 말씀드렸다. 보낸 사람 이름 알려주고 잘 받았는데 이사 가서 주소 변경 되었다. 는 것도 일러 주라 다시 말씀드렸다.
우리랑 아무 상관도 없는 족보 그리고 더 이상 연주 하지 않는 악기와 묵은 사진첩 이런 건 악착같이 챙기시는 분이 당신의 일상 중 챙길일은 왜 놓으시는 걸까? 치매가 이렇게 만드는 걸까? 오랜 기억 속의 일들이나 사람 말고 지금 당신 주변의 현재를 챙길 수 없는 걸까? 주소 변경 알림을 직접 하시는 게 무리였나?
아버지의 소소한 일상을 챙기는 일이 내게 점점 부담이 된다. 내가 생생하고 건강하면 별 문제지만 오늘처럼 몸이 아파 쩔쩔 맨 날엔 그냥 힘들기만 하다. 전화기를 달라고 해서 주소 변경 집단 문자 보낸다니까 보낼 사람 없다며 관두라고 하신다. 매년 받던 선물을 누가 보낸 거냐 물으시는데 얼마나 많은 것이 아버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