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끼를 빵만 드신 아버지

그나이에 음식투정이라

by 아이린

전날 저녁 몸이 좀 안 좋았다. 어머니는 밥만 해놓으라고 하셨다. 국이 없어 걱정하니 나박김치 국물 넉넉히 떠드리면 된다신다. 밥솥을 쓸 줄 모르시는 어머니기에 밥만 해놓고 들어가 누웠다. 아침 밥상에서 난리가 났다. 상을 살피던 아버지가 국이 없다고 밥을 안 드신단다. 그러더니 고모가 추석 선물로 가져온 단팥빵을 드시겠다고 한다. 국을 안 끓인 내 잘못도 있기에 빵과 우유를 드렸다.


점심에 외출이 장애인 연대 시위 탓인지 지하철이 계속 늦게 서다 가다 하자 그냥 내려 돌아오셨단다. 1/3 쯤 가신 상태였다. 일찍 나가시는 게 어떻겠냐 하셔도 지하철 시간표 보고 딱 필요한 시간만 남기고 가시는 분이니 약속시간에 늦느니 아예 안 가기를 선택하셨던 거다. 돌아오니 점심이 당연히 없다. 어머니와 나는 어머니의 주민증 분실건으로 외출했다가 점심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밥 앉힐 시간 기다리기 싫다고 또 빵을 드시겠단다. 이번엔 세 개. 우유와 함께 드셨다. 일본식 단팥빵 으로 작기는 하지만 아주 달다. 아침에 두 개 점심에 세 개 당뇨는 없으시지만 당이 오를 것 같다. 으으...


국이 없다고 숟가락을 던지신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배가 덜 고파 저런 다셨다. 원래도 뭔가를 기다리는 일을 잘 못하는 분인데 밥 하는 시간도 못 기다리신다. 그리고 몸이 안 좋아 국을 못 끓이고 들어가 누운 내게 어떠냐는 물음도 없으시고.. 뭐 원래 자식에 대해 별 배려가 없긴 했지만 좀 더 심해지셨다고 할까? 본능만 남은 아기 같다. 그래도 식사하시고 나서 언제 먹었냐고 한다는 사촌 여동생의 시어머니 같지는 않으니 다행인가? 결국 저녁에 밥을 거의 못 드셨다. 빵과 우유로 두 끼를 채우고 소화가 잘 될 리가 없잖나. 젊지도 않은 분이... 동생은 국배달 서비스를 신청하라 난리긴 한데, 그래도 한동안 버텨 봐야지... 이러다 힘들면 나도 곰솥에 국 끓여 며칠 그대로 드리는 일 생길 것 같다. 점점 서서 뭘 썰고 하는 게 힘에 부친다. 손과 발이 내 거 같지 않아... 점점 감각이 사라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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