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함은 안다

우울해진다.

by 아이린

언젠가 여기에 이야기한 적 있지만, 내 몸은 점점 움직이는 일을 힘들어하는지 아무튼 변해간다. 소소한 실수를 그것 때문에 많이 한다. 어머니는 모르시지는 않을 거다. 자꾸 그리로 생각을 몰고 가지 말고 너는 건강하다고 생각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말이다. 손이 발작을 일으키듯 움직인다. 경기를 한다고 표현해야 하나. 커피를 마시려고 커피 캔 뚜껑을 열다가 반 이상을 쏟았다. 손이 불안정한 것을 알면서도 캔을 들고 열어보려 한 내 멍청함이라니... 싱크대로 커피캔이 떨어져 쏟아지는 바람에 쓸어 담지도 못했다. 물을 틀어 씻어내야만 했다. 캔을 들여다보니 1/3 정도 남았나? 다시 커피 한 스푼을 머그잔에 붓고 뜨거운 물을 부은 후 손으로 조심스레 잔을 들고 의자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는데 쌉쌀한 커피가 더 쓰게만 느껴진다. 우울해한다고 소용없다는 것 잘 안다. 다시 쿠팡에 커피를 주문했다. 새로 오는 것을 다시 캔에 부어야지 어쩌겠나. 새로 사서 부은 지 며칠 안되는데 ㅠㅠ 늘 조심, 해야 함을 알면서, 어느 순간 손이 경기를 하듯 맘대로 움직일지 모르는데 방심했다. 어머니는 나와 병은 상관없다 너는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늘 말씀하시는데 나 스스로도 그 말에 지나치게 동화되었는지 남들처럼 행동하려 했다. 싱크대에 반 이상 쏟아진 커피 그리고 멀찌감치 날아간 커피캔 뚜껑이 착각하지 말라고 나를 비웃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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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건강한 사람이고 내 몸은 잘 움직인다 끊임없이 최면을 걸듯 다짐해야,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그날을 늦출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긍정적으로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 나에게 이야기하고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책을 읽지만 , 이렇게 맥 빠지는 날이 있다. 나는 20여 년 전 어느 날 갑자기 겪은 그 일을 또 겪지 않을 테다. 늘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는 의사의 당부를 다시 되새기며 남들이 파이프관 굵기의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지녔다면 나는 조금 굵은 빨대 수준이어서 언제나 다칠 수 있음을 기억하라던 말을 다시 되새긴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라는 영화의 여주인공의 마지막이 내 결말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았다. 의사 선생님 말대로 기적적으로 진행이 멈췄는데 다시 움직이려 하는 이 병과 마지막까지 싸워야지 그러려면 건강하다는 자기 최면 걸고 모든 일을 더 조심하며 남들보다 느린 속도로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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