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만연한 캠퍼스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 나는 정말 즐거웠었어요. 원하는 전공도 학교도 아니었지만 일 년만 다니다가 유학을 간다 결심했기에 그리고 끔찍했던 고3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 충분했기에 나는 기뻤어요.
여학생이 드문과여서인지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들이 참 많았어요. 선배 나는 그때 선배를 만나서 참 좋았어요. 첨에는 선배의 잘난 얼굴에 눈이 닿았고. 다음에는 과의 다른 선배들과 다르게 조용하나 품위 있는 모습이 좋았어요.
내가 말을 먼저 걸었던 거 기억해요?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오진 못하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건너편서 듣고 있던 거 나 알았어요. 그래서 내가 먼저 다가간 거예요. 뭔 자신감인지..
다른 선배들이 이뻐해 주니 내가 말을 걸어도 된다 생각했나 봐요. 선배랑 같이 있으면 여자들이 선배의 잘난 얼굴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며 왜 저렇게 잘난 남자가 저런 여자랑
뭐 이런 얼굴로 봐서 기분 나빴던 것도 생각나요. ㅋㅋ
지금 많은 기억이 사라져 버렸지만 선배와 함께 한 시간은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아있어요. 내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하면 우리 집과 반대되는 곳에 살아도 나를 만나러 와줬고, 내 생일은 꼬박꼬박 챙겨줬고 나를 보면 싱그런 덧니를 드러내며 웃어주던 그리고 수술을 받으러 들어갈 때도 내 곁을 지키고 수술실에서 나와 병실에 돌아와서도 보호자 없는 내 곁을 지켜준 사람. 선배의 수업시간에 같이 들어가 청강할 때 내 옆에서 신난 얼굴로 이것저것 챙겨준 거 그것도 기억나는데...
왜 선배와 멀어졌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대학을 졸업한 후, 각자의 생활이 바빠서였을까요?
나중에 알게 된 건 우리 둘 사이에 제삼자가 있었고 그 제삼자를 너무 좋아한 선배는 내게 손을 내밀지 못했다는..
그런 이야기와 그 제삼자가 차라리 나와 선배가 이어지게 했으면 낫지 않았을까 후회하더라는 이야기도 건네 들었어요.
다 지나간 후에 들리는 이야기가 무슨 소용이에요.
선배와 정식으로 교제를 했으면 선배가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 전 막을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선배에게 나쁜 일이 생기려는 걸 꿈으로 봤을 때 내가 연락이라도 했으면 그럼 막을 수 있었을까요? 선배의 부고를 듣고 찾아간 병원 영안실. 그리고 졸업 후 오래간만에 만난 사람들.
거기서 선배의 그런 선택의 전후사정을 들었어요. 그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너무 미안해서요. 늘 내 곁을 지켜준 사람을 정작 그가 힘들 땐 외면한 내 이기심과 어리석음이 후회되어서요.
선배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 절망보다 난 더한 걸 겪어 왔고 아직 살아있는데 별거 아닌 그 실패가 그리 서러웠나요? 선배가 살아 있었으면 그래서 내 투정도 들어주고 전처럼 손도 잡아주고 웃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전 여전히 이기적인 애예요. 미안해요. 잃고 나니 소중한 것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선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