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중독도 치료가 되나
책 읽기를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외톨이나 다름없었기에 책은 거의 유일한 친구였다. 책을 읽는 순간 단절 되어 있는 세상과 연결되는 느낌이 좋았고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좋아 나는 거의 병적으로 책에 집착했다. 정확히는 문자 중독이다. 글로 쓰인 것은 무엇이든 읽었다. 광고 전단을 읽었고 제품 설명서를 읽었다. 간판도 읽었구나. 외출을 할 때도 읽을 책을 가지고 다녔다. 조금의 짬만 나면 읽었다.
어릴 적에는 스쿨버스를 기다리며 서서 한참 책을 읽는데 몰두해 버스 기사 아저씨가 클락션을 울리는데도 모르고 책에 빠져 있고는 했다. 그럼 공부를 잘했겠다고? 아니 나는 숫자에 멀미를 느낀다. 지금도 그때도. 휴대폰에 계산기가 달려 나오기 전에는 전자계산기를 가방에 가지고 다녔다. 산수를 못했고 수학을 못했다. 기형적인 점수 때문에 학교 선생님들은 수학 문제 풀지 말고 찍으라고 까지 했었다. 찍었으면 빵점은 모면했을까나? 한 번호로 말이야.
부모님은 책을 사는 일에는 관대하셨다. 동네에는 도서관이 없다는 뭐 그런 이유로 내 책은 점점 늘어나 내 방을 넘어 마루로 곳곳으로 퍼져갔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거기에 치를 떨고 방 밖으로 나온 내 책을 다 수거해 고물 상에 팔아버리는 만행을 저질렀고 내 동생 놈은 헌 책방에 팔아 용돈 벌이를 했다. 다른 것 없어지는 것은 잘 모르면서 책이 사라지는 것엔 민감했던 나는 할머니에게 대들었고 동생과 싸웠다.
세월이 지나 형편이 나빠지며 살던 집을 떠나야 하는 일이 생겨 나는 책을 정리해야 했다. 어릴 적 꿈이었던 책이 가득한 서재는 바랄 수도 없는 일이 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공간엔 내가 엄선한 책만 남아있었다. 적어도 몇 달 전까지... 그러나 슬금슬금 책은 늘어났다. 전자책으로 만족하자 해 놓고 종이 책을 또 늘리다니...
그러나 책의 페이지를 넘길 때의 느낌과 종이 냄새가 너무 좋아 스스로 다짐한 일을 어기고 말았다. 어제도 중고지만 책 두 권을 또 저질렀다. 나는 정말 구제 불능이다. 주머니가 종이장보다 얇은 주제에 이게 무슨 짓인지 이 공간을 떠날 일이 생기면 이 책을 또 어쩔 건지
책 중독도 치료가 가능할까? 가진 것으로 만족하자 미니멀 라이프를 살자 운운하면서 책에 대한 욕심은 버리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