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리를 하다가
고등학교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태어나지 않은 아기에게 라는 소설인지 수필인지 모호한 책을 읽게 된 게 그녀 오리아나 팔라치를 알게 된 시작이었다. 그 책은 여러 차례의 이사 와중에 사라졌고 그녀에 대해 검색해도 책의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옛날 책이라고 내가 읽은 시기 이후에 나온 것을 파는 거래 사이트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더 이상 구할 수도 없고 자세한 정보도 없어서 희미한 기억을 그냥 풀어 볼 테다. 독립투사였던 연인 알렉산드로스 파나 굴리스와의 비극적 사랑 이후. 에 쓰인 책 같은데, 소설로 분류된 것을 보았다. 연인의 의문사 후 그녀는 그리스 독재정부의 소행이라고 비판하며 잠시 소설을 쓰는 등 언론인의 삶을 떠난 적 있다. 이 책이 그 시기에 쓰였을 텐데, 아이가 유산된 건지 유산시킨 건지는 모르나 그녀는 책에서 죽은 연인의 이야기를 했고, 너를 이런 세상에 내놓는 것은 범죄라고 생각한다는 그래서 네가 세상에 나오지 않게 된 것이 어떤 면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말했다. 연인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이전과 이후에도 볼 수 없었던 소프트한 감성의 글.. 다시 읽어 보고 싶긴 한데 알라딘에서 외국서적이라도 사 읽어볼까 했지만 영어본은 말도 안 되는 가격이 기재되어 있고 이태리어 서적은 읽을 수가 없으니 쩝.... 아무튼 그녀는 한때 전혜린과 함께 나의 우상이었다. 송곳 같은 이성으로 쏟아낸 인터뷰에 대한 기사를 열심히 스크랩했고 책을 구해 읽어보고 싶었지만 거의라 할 만큼 책이 없었다. 내가 가진 유일한 책은 " 나는 침묵하지 않는다"로 그녀 사후 나온 자서전인데... 나는 많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는지 아주 늦게야 알았다. 지금도 잘 이해되지는 않는다.
그녀는 이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몇 번을 읽었던지.. 사실 이건 그녀의 사후 메모와 글들을 편집한 것이어서 기존의 자서전 문법과는 좀 다르다. 그래서 더 좋았다. 팔라치의 과격한 인터뷰 스타일은 단순히 호불호가 갈릴뿐 상종 못할 기레기로 취급받지 않는 이유가 뚜렷하다. 언론 검열과 독재,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이 심각하던 시대에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독재자들에게 목숨 내놓고 덤벼들어 인터뷰를 따내고 그들의 민낯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학살자나 학살 의혹이 있는 사람에게 '너 학살했냐'라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극도로 치부를 찌르는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인데 이걸 하면서 '대답해 주시면 정말 고맙겠다, 미안하다'하고 예의를 차리며 쩔쩔매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이제는 그런 용기 있는 언론인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시대기에 그녀의 조금은 이른 죽음이 아쉬웠다.
나무 위키에 모인 그녀의 말들을 옮겨 붙이며 글을 맺는다.
"나는 수천 가지 분노를 가지고 인터뷰에 임했다. 그 수천 가지 분노는 수천 개의 질문이 되어 내가 상대에게 공격을 퍼붓기 전에 먼저 나를 공격했다."
나는 이스라엘이 존재하고, 자신들을 보호하고, 자신들이 또다시 말살되지 않도록 할 권리를 옹호한다.
(I defend Israel's right to exist, to defend themselves, to not let themselves be exterminated a second time.)
사랑이란 고난을 겪고 그를 위해 죽음을 준비가 된 사람에게 목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선택한 방법으로 죽도록 해주는 것이다.(Love isn’t putting chain on someone who wants to struggle and is ready to die for it, love is letting him die in the way he’s chosen.)
"사람이 사람을 대량으로 죽일 수 있는 자는 권력자 말고는 없다. 그들은 세상을 추악하게 만들면서도 자기를 영웅이라고 착각하고 끝없이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살다 보면 침묵을 지키는 것이 잘못이 될 때가 있다.
(There are moments in Life when keeping silent becomes a fault)
배운 젊은이들 대신 우리에게는 대학 학위를 가진 당나귀들이 있다. 미래의 지도자들 대신 우리에게는 비싼 청바지를 입은 연체동물들과 스키 마스크를 쓴 가짜 혁명가들이 있다. 혹시 아는가? 이게 무슬림(모슬렘) 지도자들이 그렇게 승승장구하는 또 다른 이유일지도 모른다.
Instead of learned young people we have donkeys with University degrees. Instead of future leaders we have mollusks with expensive blue jeans and phony revolutionaries with ski masks. And do you know what? Maybe this is another reason why our Moslem invaders have such an easy game.
"그들(권력자들)은 대체로 교양도, 지식도, 철학도, 세계관도, 인내심도, 가정교육도, 감성도, 지성도, 윤리관도 일반인보다 더 낫지 않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단지 거대한 탐욕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밑도 끝도 없는 잔인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신이 있어 인터뷰를 할 수 있다면 다음 질문도 준비하겠다. 죽어 없어질 생명을 만든 것을 보면 당신이 가짜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에게 무엇 때문에 죽음을 안겨 주었는가. 한번 태어난 인간이 왜 죽어야 하는가. 그러니 이 질문부터 시작하자. 왜 그렇게 했는가."
"이 시시하고 고리타분한 걸레조각을 지금 당장 벗어버리겠습니다."(1979년 콤에서의 인터뷰 중, 호메이니 면전에서 차도르를 찢어서 호메이니 발치에 집어던지면서 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