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야기 쓴 건데

글이 날아갔어ㅠㅠ

by 아이린

내가 서울대 병원에서 암진단을 받고 온 저녁이었던 것 같다. 뭐 일단 열어 보고 떼어내고 끝날수 있을지 어쩔지 모르겠단다. 착잡한 마음에 귀가했는데, 병원 예약시간이 오후였고 지하철은 퇴근시간 무렵인지 엄청 붐벼 나는 서서 올 수밖에 없었는데 장시간 서있는 건 쥐약이다. 내겐.. 거의 한 시간 반을 서 있었다.ㅠㅠ


어머니가 친구들과 여행을 가신 날이었고, 공교롭게 나도 귀가가 늦었다. 아버지는 다행히 내가 준비해 둔 단팥빵과 우유로 식사를 하셨다. 부은 다리를 펴고 바닥에 앉아 두들기는데, 아버지가 부르신다. 친구들 모임을 해체하며 돈을 나누기로 했단다. 수표를 건네시는데 고액권이다. 현금으로 바꿔 오란다. 일단 알겠다고 시간을 좀 달라고 한 후 며칠 지나 은행에서 오만 원권으로 바꿔 왔다. 오만 원 권도 고액이었다. 양이 많은 묶음을 조심해서 들고 나와 택시를 탔다. 문제는 돈을 바꿔 온 다음날 생겼다. 외출하고 돌아온 아버지에게 돈을 건네니 이상한 소리를 하신다.


아버지는 만 원짜리로 바꿔 오랬더니 이걸 어디다 쓰냔다. 무슨 소리이신지... 나눠줄 수 없단다. 오만 원권은 내일 다시 만 원권으로 바꿔 오란다. 아버지가 말한 내일은 토요일이고 무엇보다 만 원권으로 바꾸면 그 부피를 어떻게 들고나가 친구들과 나눈다는 건지. 가방도 안 들고 다니시고 그나마 가방 들고나가면 잃어버리는데, 내가 계좌 번호만 알아오면 그분들에게 다 보내드린대도 막무가내다. 오만 원을 어디다 어떻게 쓰냔다.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못 쓰지? 대체 오만 원권을 못쓰는 이유가 뭐냔 말이다. 나는 못한다고 말씀드리고 입을 다물고 어머니가 중재하셨다. " 우리 애가 오만 원으로 바꿔왔어 이렇게 말하면 되는데 뭔 소리 하는 거요?"


아버지는 이후 며칠 나랑 말을 안 섞으셨다. 내가 당신을 노엽게 했다는 시위란다. 나는 뭐 상관은 없었지만 잘못이 없는데 저러시는 게 병 때문인지 모르겠다.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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