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잃으신 아버지 , 진행형이다
아버지의 미각 신경은 예전부터 좀 문제가 있었다.뭐라 해야하나 간을 못 보는것 상한것을 구분 못하는 것 단 음식만 제대로 분별하는 것 이정도라 해야 하나? 전에 그 문제를 아버지께 말씀드리니 , 배고픈 시절에 맛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단다. 상하지만 않았으면 그리고 양만 많으면 충분했단다. 아무튼 아주 소금을 퍼붓지 않는 한 반응이 없으셨다. 애매하게 이상한 맛 즉 상했는지 잘 분별 안되는 음식도 그냥 드셨다. 그렇다고 이게 까다롭지 않은것 아니다. 아버지의 식단은 옛날부터 정형화 되어 늘 드시는 음식 외엔 드시지 않았다. 새로이 올라오는 반찬 혹은 처음 보는 음식은 손을 대지 않는것 말이다. 그냥 유별나다 말할 일이 아님을 아버지의 발병이후 알게 되었다.
치매 진단을 받을무렵 , 의사 선생님이 미각의 변화가 없었냐고 물으셨다. 우리는 원래 맛을 모르는 분이어서 그것 가지고 판단을 할수 없었다고 했다.드시는 음식만 드시는데다가 간에 대해 민감치 않으신 소위 미맹이라고 말하니 의사가 아... 하는게 아닌가.
여전히 아버지는 맛을 잘 모르신다. 전에는 식사량이 많았는데, 지금은 현저히 줄었다는 정도만 변했을 뿐이다. 그리고 식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간식으로 단 음식 준비해 놓은 것을 달라고 요구하고 안 들어주면 화를 내는 정도가 달라졌다고 해야하나? 밥만 많이 드시던 분이 간식을 찾는 정도 변화가 생긴거다. 당뇨가 걱정될정도로 단걸 찾는 분인데 오히려 저혈당이니 이유가 뭘까? 이가 시릴만큼 쓸만큼 단것도 좋아하시니 좀 ... 어머니는 그냥 내버려 두라 하셔서 내버려 둔다만...
왜 그랬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내 소심한 복수였던 것 같다. 아버지에게 화가나 있었다. 과거 어느날일이다. 중학생때 같다. 화가 나있는 내게 , 커피를 타오라 하시는게 아닌가. 커피 프림 설탕 2:2:3 이게 아버지 커피 비율이다. 나는 여기에서 설탕 대신 맛소금 두스푼과 설탕 한스푼을 넣었다. 가져 가기 전 맛을 조금 봤는데 커피랑 프림탓인지 짠맛은 거의 안 느껴지지 만 뭔가 이상했다. 단맛도 물론 없었다. 아버지가 커피를 마시는것을 조용히 지켜 봤다. 다 마시고도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평상시 타가는 커피의 단맛이 없을텐데도 거기 대해서 말씀이 없으셨다.
나중에 어머니에게 자수했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슬쩍 오늘 커피맛 어떻더냐 물으시지 뭔가. 아버지는 그걸 왜 묻느냐는 표정 외에 반응이 없으셨다. 재차 물으니 커피가 커피맛이지 뭐 별거냐 이러셨다. 어머니는 나를 가르키며 쟤가 당신한테 화가 나서 맛 소금 탔다는데 몰랐냐 이러시지 뭔가. 아버지는 잠시 멍하다 몰랐다 그러셨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음식의 맛을 모르신다. 새로운 반찬은 손도 안대신다. 그냥 늘 당신이 드시는 것만 드신다. 밥 국 김치 젓갈 그리고 김 ... . 1년 365일 이대로다뭔가 새로운것은 절대 안드신다. 동생댁이 만들어온 떡갈비 역시 외면 당했다. 자그마치 수제 떡갈빈데 말이다.
아버지를 보면서 새로운 맛 새로운 경험을 하는 일의 중요함을 다시 배운다. 뭐든 멈추면 병든다. 그리고 죽는다. 맛이든 뭐든 새로운 경험에 끝없이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죽기전까지 내 정신 지키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