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아주 어릴 적 초등학교 때였지? 몇 학년인지는 생각 안 나지만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국립극장에서 공연 중인 오페라 아이다를 보여주신 일이 있었다. 오페라라는 것을 그 이후에 현장서 본일이 없으니 그게 유일한 기억이다. 그나마 그 오페라는 아버지의 지인이 공연자 중 하나여서 받은 티켓으로 간 것이다. 보통 아버지는 그런 곳에 혼자 다니시는데 왜 나를 데려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공연은 정말 멋있었다. 나중에 분장실에 준비해 온 꽃다발을 들고 찾아가 아버지 지인에게 인사한 기억도 나고...
아버지는 작곡을 전공하신 분으로 대학에 교수로 계시다가 은퇴하신 분이다. 지금 치매로 인해 조금씩 무너지는 중이신데 묘하게 예전 팸플릿이나 당신 악보를 치우지 못하게 하신다. 심각할 정도로 오래된 팸플릿을 두면 뭐 하나는 생각에 아버지 외출하신 후 밑장 빼기 하는 식으로 일차로 치웠다. 산더미 같은 악보는 또 어째.. 당신이 강의할 때 쓴 전공서적은 또 어쩌고
이런저런 것을 잊어가시는 분이 그 기억만은 붙들고 계시는 것이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조금씩이라도 치워둬야 나중을 기약하지...
팸플릿을 하나씩 빼내 비닐에 담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난다. 위태 위태한 2층 한편에 앉으신 아버지 지인 부인되시는 분이 곡이 연주될 때 꾸벅꾸벅 졸았다. 앞으로 고개를 자꾸 숙이셔서 중심 잃고 아래로 떨어질까 싶어 조마조마 보던 기억도 나고. 음악회 때마다 집에 가득 쌓이던 꽃다발의 기억도 난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실 무렵 간에 문제가 생겨 치매 증상을 보였는데 어느 날인가 거실의 꽃다발을 하나씩 당신의 이부자리 주변으로 들어 놓으시는 게 아닌가 꼭 무덤에 놓는 꽃이 연상되어 내가 기겁을 하고 치운 적도 있었다.
아버지의 악기 ( 아버지는 교향악단에서 연주자로 계시기도 했다) 생각도 난다. 아버지는 당시에는 몇 안 되는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셨다. 그 웅장한 음이 괜히 멋있었는데...
나는 음악과는 인연이 없다. 유명한 클래식 곡들은 이름도 잘 기억 못 해 하나 들으면 그 이름 외웠다가 며칠 후엔 홀라당 까먹는 금붕어 수준이었다. 다들 내가 피아노를 칠 줄 알거라 생각하다 못 친다고 하자 당황들 했었다. 아무튼 음악회를 다니던 때가 가끔 그립다. 그림을 그리던 시절도 있었기에 전시회도 다니고 화집도 사모았는데... 이젠 다 지난 일이네
아버지도 그리움이 남으셔서 집착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