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전화기 바꾸기
어머니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으신다. 정확히는 사용법을 자꾸 잊으신다. 그게 뭐 어렵냐 하겠지만 우리 어머니에겐 기계 종류는 뭐든지 사용하기 어려운 물건이다. 작년에 한번 집을 찾아오지 못하는 사고를 일으키신 후, 휴대전화를 그날로 장만해 드렸는데도 사용하지 않으셨다. 일단 외출 시에는 무조건 가지고 다니겠다 약속은 받았다. 그러나 충전도 잘 안 하시고 가지고 나가시지도 않아 내가 화를 몇 번 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머니는 거의 집 밖으로 나가시지 않기는 한다. 작년 이동네로 이사 온 후, 새벽에 갈 수 있는 교회가 근처에 없어서 그나마 하루 한번 나가던 일도 안 하신다 주일에 한번 병원 가느라 한 달에 한번, 이게 전부다. 아무튼 나가시지는 않는다. 유선 전화는 어머니가 휴대 전화기 사용이 서투르기도 하지만 친구분들과 장시간 통화를 하시는 경우가 있어 서울을 떠날 무렵 놓아 드렸었다. 휴대전화는 본인이 필요 없다고 거부하시고 거의 나갈 일도 없으시니 만들지 않았었다. 필요한 연락은 유선 전화로 언제든 할 수 있으니 뭐.. 당신도 싫다는 걸 왜 설치하겠나
작년 9월 5일 동생과 나 그리고 올케는 그날을 잊지 못한다. 2시간 넘게 실종된 어머니. 어머니는 새벽예배를 가셨다가 돌아오시며 엉뚱한 집에 찾아가 벨을 누르셨단다. 똑같이 서있는 연립주택의 옆동에 가 있었던 거다. 자체의 문제로 그 건물도 거주자가 거의 없었다. 우리가 사는 데처럼 말이다. 어머니는 벨을 누르고 건물 두드리며 계셨단다 그리고 왜 문을 안 열어주나 이러셨다나.. 경찰에 신고하고 같이 찾으러 다니고 난리가 아니었다. 결국 우리 집과 그 건물 사이를 배회하는 어머니를 찾았다.
사촌동생의 조언대로 그날 이후 어머니를 살펴보고는 있다. 올해 3월에 또 한 번 치매 검사를 위해 보건소에 갈 텐데 별일 없었으면 싶다. 아버지도 문제가 있는데 어머니까지 그러면 곤란하지 않나. 어머니야 당신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그러시나 그전전해도 비슷한 사고를 내셔서 가족들을 겁먹게 한 분이다.
며칠 전에 아버지가 전날부터 몸이 안 좋으셨었다. 저녁에 약을 드리고 아침에 죽을 쒀놓고 다음날 서울에 갈 일이 있어 나 혼자 일찍 집을 나섰다. 지하철 역에서 김밥을 사 먹고 목적지에 도착해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기다리던 중, 어머니 친구분이 내게 전화를 하셨다. 어머니가 전화를 아무리 해도 안 받는데, 통화를 해야 한단다. 아버지가 티브이 볼륨을 키우셔서 못 들었을 거라고 제가 다시 해보겠다 말씀드렸다. 아버지 엄마 휴대전화 유선 전화 다 응답이 없었다. 모두 다 10번 이상 전화를 했는데도 안 받으시는 거다. 아버지 컨디션이 안 좋았던 일만 아니면 불안하지 않았을 거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고 결국은 동생네에 전화해 들여다봐달라 했다
별일 아닌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나이 드신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은 참 뭐라 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휴대전화의 묵음 상태를 해지하고 유선 전화를 살피니 전화기 자체가 버튼이 눌리지 않는 고장상태였다. 그래도 한때는 이름 있던 전화기 회사였는데... AS위해 찾아가는 비용이 본체 값보다 더 들기에 하는 수 없이 전화기를 버리고 새것을 사서 다시 설치했다. 유선 전화가 뭐 필요하냐 누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인지능력이 점점 떨어지시는 부모님 모시고 살면서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 얼마나 겁나는지 작년에 한번 올해 한번 이렇게 겪으니 힘들었다. 내가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집을 지킬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나 역시 몸이 안 좋아 병원 가거나 운동을 위해 집을 나서는데 볼일 보러 먼 거리를 가기도 하는데, 두 분에게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은 생각하기도 싫다. 부모님도 그러나 나 역시 비상 연락처가 부모님인 탓이다...ㅠㅠ
이제는 유선 전화기 상태도 수시로 살펴야 할 것 같다. 고장 난 것도 모르고 계시니 큰일이다.
그런데 예전엔 전파사 같은 데서 가전수리도 해주고 그랬는데, 이젠 그런 곳도 없고 AS센터는 큰맘 먹고 들고 찾아가야 하고.. 이제 유선 전화기는 점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물건인가 보다. 고장 난 전화기를 어떻게 버릴지 찾아봐도 안 나와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렸다. 새거나 다름없이 깨끗한데, 버리는데 개운치 않았다.
고치면 쓸 수 있을 것 같은 물건을 버리면서 왠지 미안해졌다. 물건에게... 이렇게 버려지려 세상에 나온 게 아닐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