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음식 준비

귀찮고 고맙지 않음

by 아이린



명절이 되면 몸살을 앓는다는 명절 스트레스 이야기를 어머니가 약국 하실 무렵에 많이 들었다. 몸살약이 소화제보다 더 많이 팔렸다. 두통약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우리 집은 명절 스트레스랄게 별로 없었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 데다가 어머니가 살림하시는 게 아니니 뭐. 유일하게 명절 스트레스의 당사자가 되는 것은 나였다

아예 무언가 안 하는 건 아니다 만두도 빚고 토란국도 끓이고(난 싫어한다) 송편도 빚고 뭐 기타 등등의 일은 했다. 할머니야 음식을 해서 먹이는 것을 좋아하시지만, 음식 만드는 취미가 없는 나는 미칠 지경이었다.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땐 만두피를 만들고 속을 만들어 놓은 후 할머니 옆에 앉아 만두를 빚었다. 송편도 빚었다. 거의 강제적으로 해야 했다. 할머니와 나의 음식준비 루틴에 어머니는 예외였다. 직장 여성이니 말이다. 웃기는 건 송편이랑 만두를 제일 많이 먹는 남자들은 이 노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냥도 별로 안 좋아하는 할머니 옆에서 하는 그 일을 나는 치 떨리게 싫어했다. 송편이나 만두를 사 먹으면 되지 왜 고생을 사서 하냐 구시렁거리면 사 먹는 거랑 만드는 게 어떻게 같냔다. 어느 날은 둘이서 200개도 넘는 만두를 빚었다.


할머니 돌아가신 후 한 두 해 정도는 내가 만두도 빚고 송편도 빚고 했다. 아버지가 그걸 원하신 탓도 있었지만, 할머니 돌아가셨다고 딱 그치는 것도 뭐 하고 그래서 이를 악물고 했다. 내가 만든 게 뭐 맛있겠나. 어머니가 사서 먹자고 하신 덕에 이후부터 만두도 사고 송편도 사서 먹었다. 이제 아버지 엄마 나 셋이 사는데 예전보다 식사량이 준 노인 두 분과 잘 못 먹는 내가 많이 뭐 준비할 것도 없고 해서 만두 조금 사고 떡 사서 냉동실에 쟁여 놨다.


어제 고모가 왔다. 명절 전이라고 온 건지 아무 튼 만두 속이랑 만두피 그리고 사골 육수 갈비 잰 것을 가져왔다. 만두 피는 눈대중으로 보니 이백 개가 넘는다 만두 속도 엄청나다. 이걸 어쩌라고 가져온 건지 싶다. 동생은 고모라면 치를 떨기에 줄 수도 없다. 줘 봤자 버릴 테고... 일단 예배를 다녀온 후 저녁에 먹을 양만 조금 빚었다. 너무 오래간만 이어선지 속을 넣는 일도 쉽지 않아 옆구리가 터진다. 짜증이 확... 세 식구가 최대한 먹을 양은 만두 20개 180개 정도를 더 빚어야 한다. 빚는다 쳐도 그걸 어디 두며 누가 먹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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