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어머니는 국립 의료원에서 7년 그리고 일반 개국 약사로 50년 넘게 일해 오셨다. 예전에 어머니는 임종 전까지 일하다 가시겠다 말하곤 했다. 아흔이 넘은 의사 선생님에 관한 다큐를 보고 투지에 불타기도 하셨고 말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발병 그리고 동생의 거듭된 사업 실패는 그 꿈을 꺾었다. 돈도 돈이지만 약사라는 정체성 외에 당신에게 남아 있는 게 없으시다나. 내가 아내랑 엄마도 정체성 아니냐 하니 아니란다. 정리하면 약을 지어주고 사람들의 아픈 곳을 돌보는 사람이 어머니의 정체성이라는 말씀이신 것 같다.
일 년여를 아버지를 돌보시다 보니 어머니에게 변화가 생겼다. 우울증 말이다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아온 내가 어머니의 변화를 눈치 못 채겠나. 아버지와는 대화가 통하지 않고 나는 같이 있다 보면 당신 옆의 아버지를 힘들어하는 게 보이니 나와 이야기하기도 힘들기도 하고 그러신가 보다. 한참 동안 고민했다. 그러고 나서 어머니에게 블로그를 만들어 드렸다. 본인이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시간을 정해 이런저런 공부를 방에 틀어박혀하시기는 하지만 뭔가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머니는 약국에 오는 환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고민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셨었다. 블로그를 열고 포맷을 만든 후 어머니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보라 했다( 어머니는 컴퓨터를 사용하실 줄 안다) 혹 막히는 부분은 내가 도우면 된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블로그를 본인의 근면성으로 꾸리고 계신다.
아직 이웃도 둘밖에 없고 방문자도 많지 않지만 문연지 이제 3주가 된 블로그가 제법이다. 어머니에게 약국에서 손님에게 말했던 방식으로 질병과 그 관리법 그리고 약보다는 생활관리라는 어머니의 소신을 풀어보라 했다. 첨에는 조금 헤매는 듯하시더니 내용을 살펴보니 괜찮다.
어머니만큼의 고령의 블로거가 있을까? 일단 열심히 글을 쓰시고 책도 보신다. 전에 기운 없고 무력한 모습을 보이시던 게 많이 나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