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아있는 일들

잊지못할 선생님

by 아이린

나는 그다지 공부를 잘한 편도 아니고 얼굴이 예쁘거나 집안이 부유한 편도 아니었다. 그냥 어디나 하나 있을법한 그런 애여서인지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아본 적 없다. 그래서 특별히 좋아하고 따른 선생님은 없다. 말썽을 피우지도 않는 조용한 아이를 기억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나 역시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름도 가물거린다. 딱 한 사람 이름은 기억나지 않으나 얼굴과 그날의 상황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분이 있다. 벌써 강산이 네 번 이상 바뀌었고 선생님이 지금까지 살아계실지 어쩔지는 모르지만, 교권이 바닥을 친다는 뭐 그런 기사를 보다가 왜 이렇게 세상이 달라졌나 생각하던 중 그분이 기억났다.


요즘 같으면 교사에게 그런 일이 생기면 아이들이 난리가 났을 거다. SNS에 바로 올라갔으려나... 학부모라는 사람들이 난리 났겠지?


선생님은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분이었다. 요즘은 교과과정이 달라져서 뭐라고 그 과목을 부르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콧잔등에 주근깨가 송송 난 약간 마른 체형에 파마머리 그리고 자주 웃으시던 분이었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그 일이 생겼다. 수업 중간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멈춰 서서 굳어버리신 선생님...


아이들이 수근거렸다. 교탁 앞쪽의 아이들 중 누군가가 소리를 냈다. 그 아이는 반장을 불렀고 반장이 앞으로 나와 상황을 본 후, 부반장과 함께 선생님을 교무실로 모셔간 후 주번은 대걸레로 교단을 닦았다. 선생님은 서서 소변을 줄줄 흘리신 거다. 돌아온 반장과 부반장이남은 시간 자율학습을 하라고 하셨다는 말로 그날일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며칠 후 선생님이 학교를 그만두셨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원래부터였는지 어전 지는 모르나 출산 후 몸이 안 좋았고 후유증으로 뇌전증 증세가 나타났단다. 아이들의 대처가 지금 생각해도 놀라웠다. 일사불란하게 주변 정리를 하고 자습을 하다니.. 자세한 상황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다른 선생님 한분이 우리 반아이들을 칭찬하며 뒷이야기를 지나가듯 해주신 게 전부다.


뇌전증을 앓는 친구가 있다. 한번 그 아이가 발작하는 것을 본 적 있다. 진정된 후 그 아이는 내 얼굴을 보지 못했다. 아무리 별거 아닌 듯 대해도 결국 그 아이와 교우관계는 다시 이어지지 않았다. 학교에서 사직을 권유했는지 어쩐 지는 모르나 선생님 스스로도 아이들을 보기 힘드셨을 것 같다. 학기 중간에 학교를 떠나신 후 어떻게 지내셨을지... 선생님의 소꿉동무라는 배우를 텔레비전에서 볼 때 가끔 생각이 났다, 요즘 기준으로 하면 리즈너블 한 분이었다. 그분은... 체벌이 만연하던 때인데 한 번도 선생님은 언성을 높이거나 매를 든 적이 없으셨다.


우리 세대는 그런 게 너무 당연했다. 선생님을 존중하는 것 말이다. 선생님이 대단한 사람이어서 뭐 그래서가 아니었다. 인간으로서의 도리라 그랬다. 그런데 요즘은 아니라지? 라 운운 꼰대가 되고 싶지 않지만 뭐가 잘못되어 세상이 변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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