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한계를 넘겼던 순간

여행 중 자화상

by 아이린

몸이 사실 안 좋고 쉽게 지치기도 하지만 , 나는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것을 선택하는 이유도 사이사이 쉬는 것 그리고 일정을 일찍 마치고 방에 들어와 자기 위해서다. 비싼 돈 들여 외국 나가 그게 뭐냐 누가 그러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이런 나도 교토에서 후시미 이나리 신사를 갔을 때 끝을 볼 수밖에 없었다, 생각 없이 사람들을 따라 정상으로 올라갔다. 그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이동을 하던 무렵이다. 지금은 그런 계단이나 오르막 근처도 못 간다. 혼자 가는 해외여행이 이젠 불가능한 것 아닌가 자각한 것도 그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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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도로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계단을 도로 내려갈 자신이 없었다. 옆에 그냥 걸어서 내려가는 길이 보이길래 그리로 접어들었다. 신고 있는 것은 발가락에 끼워 신는 핏플랍이다. 운동황도 신지 않은 내가 미친 짓을 한 것이다. 9월의 교토는 너무 더운 탓에 운동화가 아닌 샌들을 신고 다녔다. 이날 사건이 생겼다. 내려가는 그 내리막도 다시 올라온 계단과 만난다. 나는 그리로 가야 했다. 그러나 무식하게 그냥 내려갔다. 가다 보면 뭐든 나오지 않을까? 점점 어둑하고 으슥한 곳으로 들어간다. 샌들 한 짝의 끈마저 끊어졌다. 어둑한 숲길에 곰 출몰 주의 표지까지 보인다. 도로 그 길을 올라가 제 코스를 밟을 엄두는 나지 않는다. 남의 나라에서 조난당하는구나. 핸드폰을 봐도 작동 안 한다. 그냥 걸었다. 발을 다칠 우려가 있어서 얼어 맨 신발 신고 걸었다. 얼마나 걸었나 민가가 나왔다. 거기서부터 다시 좀 움직이니 길이 나왔다. 핸드폰도 움직인다. 지도를 살피니 나는 완전히 반대편 산으로 내려온 것이다. 예전 아버지 친구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해서 수색대가 출동했다던데... 나는 아이고 정말 살았다. 그래도 그 이후 포기하지 않으면 길은 나온다는 경험을 얻었다고 하면 무식하다 할까? 야단맞을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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