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둥이

추억 속의 강아지

by 아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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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녀석의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낡은 사진을 제미나이에게 고쳐달라고 했다. 기억이 안나는 것도 당연한 게 사진 속의 나는 네 살도 안된 때였다. 그러니까 50년도 더 된 사진이다. 이 녀석이 언제부터 우리 집에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떻게 헤어졌는지는 그 기억이 생생하다. 녀석은 무척 영리했단다. 동생과 내가 이 녀석을 무척 좋아했고 동생은 특히 더 좋아했단다.


나를 안고 있는 할머니는 개를 싫어하셨다. 사진 속의 다정해 보이는 얼굴은 뜻밖이다. 한 번도 다정한 적이 없으셨던 분이다. 우리가 살던 집에서 다른 동네로 이사 가는 일이 결정된 날 할머니는 동생을 업고 네 손을 붙들고 시장에 가셔서 저 검둥이를 팔았다. 그것도 개소주 집에 팔았다. 나중에 아버지 어머니가 찾으러 갔지만 이미 늦었다 그랬단다. 그 동네의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네 살 무렵 기억이 남아 있는 경우가 드물다더니 내 기억엔 시장에서 묶인 채 낑낑거리던 녀석의 모습이다. 나는 왜 저기 두고 오냐 물었지만 할머니는 아무 말도 안 하셨다. 등에 업힌 동생이 같이 울던 기억 그리고 녀석이 짖던 소리가 이게 잊히지 않는다.


더 큰 다음 개소주집이 뭔지 알게 되었다. 원래도 할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그건 내가 할머니를 더 싫어하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할머니를 제외한 모든 식구가 개를 좋아했다. 그러나 할머니의 강한 거부감으로 기를 수 없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내 나이 26에 처음으로 강아지를 기르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나랑 17년을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내가 밥 주고 씻기고 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돌봤던 녀석이다. 이제는 내 몸이 너무 안 좋아 더 반려 동물을 기르지 못한다. 그때 버려진 검둥이 무지개다리 너머에 있을지 어쩔지 모르나 가족 모두가 결정한 일은 아니었음을 알아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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