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선택이라

오늘의 중요한 일

by 아이린

오늘은 전 국민에게 아주 중요한(?) 날이다. 신분증을 챙겨서 정해진 투표소로 가서 투표를 하는 날 이날만큼은 국민이 이 나라에 중요한 존재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날이다. 투표권을 가지게 된 날부터 지금까지 부지런히 투표를 했다. 그냥 무심히 지나갈 하루였는데 동행한 아버지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아직은 완전히 무너지시지 않았기에 남들과 같이 투표라는 국민의 의무를 다하시겠다고 우리와 동행하셨다.


투표소에는 사람이 많았다. 인구가 많지 않은 동네에 이 많은 사람이 어디서 살고 있었나 싶게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그곳에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 내 부모님 못지않게 나이 드신 어른 그리고 내 또래의 사람들 젊은 이들... 줄이 길어 가족 대표로 줄을 한 사람이 서고 앉아 기다리시는 어르신들... 뭐 그동안 유심히 보지 않아선지 내가 거쳐온 모든 동네의 투표소도 이런 모습이었겠지


아버지는 길에 휴지 하나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 분이셨다. 서있는 게 힘드셨는지 헛기침을 몇 번하더니 가래침을 투표소 입구에 뱉는 게 아닌가. 여기는 공공 시설물인데.. 당황하여 둘러보니 귀퉁이에 두루마리 휴지가 보인다. 그것으로 얼른 바닥을 닦아 휴지통에 버렸다. 어머니는 수건을 줬는데 왜 바닥에 그러냐 야단을 치시고.. 당신이 뭘 잘못했는지 이해 못 하는 듯한 얼굴. 치매는 성품도 바꾸나? 아니면 이런 일탈이 점점 무너지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건가.


삼 년 후쯤 또 투표가 있다지? 우리 아버지 그때 투표 하실 수 있을까? 그냥 누군가를 뽑는 그 행위에 내 아버지의 지분 하나가 곧 사라지겠구나 싶은 그런 생각도 들고. 내가 먼저 투표를 마친 후 창으로 보니 어머니 아버지는 안내에 따라 잘 투표 과정을 마치셨다. 늘 습관적은 아니라도 하던 행위가 언젠가는 더 이상 할 수 없는 날이 올 수 있음을 새삼 깨달은 게 오늘의 중요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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