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쁜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고?

나를 알아가기

by 아이린

아프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아프다는 사실을 가지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동정을 받는 것을 즐기는 그런 인간 말이다. 그런 인간 유형이 있음은 알고 있다. 어릴 적부터 자주 아팠던 것이 내가 그걸 원해서라고?

아프다는 것이 상수인 삶은 유쾌하지 않다. 그리고 집안에는 열이 펄펄 끓고 통증으로 구르기 전에는 또 피투성이가 될 만큼 다치기 전에는 내가 아프다는 것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었다. 정말 견디다 못해 말하는 것인데 그게 이렇게 받아들여지는구나.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을 환경이 아님을 알기에 입 밖으로 아프다는 말을 좀처럼 내지 않는다. 두려운 마음도 이렇게 글로 달랜다. 나는 굉장히 냉정한 편이고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늘 애썼다. 어쩔 수 없는 문제는 받아들였다. 그래도 한 사람 정도는 내 이런 마음을 알아주길 바랐다. 아주 확실하게 죽음 문턱까지 가지 않는 정말 어정쩡한 상태인내가 싫다. 그래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않다. 사도 바울이 육체의 가시를 제거해 달라고 세 번이나 간구했지만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듯이 나의 아픔도 은혜로 여기고 긍정적이 되자 하지만 내일 죽어도 나는 괜찮다 하지만 쉽지 않다. 어머니는 나를 건강 염려증 환자라고 늘 부정적으로 삐딱하게 모든 걸 바라본다고 하신다. 부정적인 생각은 그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기도를 하는 것이라지? 내가 아픈 것은 나의 잘못된 심상 탓일까?


어머니에겐 이과생 특유의 냉정함이 늘 존재했다. 아주 어릴 땐 어디가 깨지고 다치면 나를 돌봐주는 것은 집에서 일하는 언니나 지금은 사이가 극악해진 고모였다. 조금 자라서는 혼자 약을 찾아 먹었다. 병원 가는 일을 싫어했다. 어릴 적 진저리 나게 다닌 것도 그렇지만 주사도 싫었다.


어머니는 내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해도 제대로 들어주시지 않았다. 당신이 바쁘고 힘들었음이 그 이유였을까? 나는 점점 이야기하지 않는 법을 배웠지만 나쁜 일은 내 몸에 계속 되었다. 오래전 찾아온 마비가 다시 찾아와 불안해하는데도 위로는 없었다. 자꾸 그런 생각만 하면 그렇게 된다는 일갈뿐. 오늘 9월에 있을 재검을 걱정했다. 어머니는 그런 일은 아예 없다고 생각하라며 가만 보면 너는 아픈 걸 즐긴다나. 이제는 무뎌진 줄 알았다. 상처가 도로 헤집어졌다.


대학교 3학년의 일이다. 병원에 가지 않고 목이 아프니 먹을 약 좀 달라고 한 게 잘못이었다. 어머니는 시큰둥하게 네가 알아서 찾아 먹어 뭐 먹으면 되는지 알잖아 이러셨다. 나는 약사가 아니다 어설프게 아는 지식으로 뭘 챙겨 먹는다고 낫겠는 나는가. 일주일가량 항생제와 소염제를 챙겨 먹어도 낫지 않았다. 결국은 물 한 모금도 못 넘길 지경이 되어 이비인후과에 갔다. 큰 병원 가라고 써주더라. 혼자 입원 수속을 하고 상계 백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준비과정으로 항생제 부작용 검사를 한다고 팔목에 주삿바늘로 뭔가를 찔러 넣는데 아픈 건 아픈 거고 서러웠다. 혼자 입원 준비를 할 줄 안다는 사실도 서글프고 어머니의 무관심이 서글프고 아무튼 그랬다. 나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혼자 입원했고 간병해 주는 이 없이 병원생활을 견뎠다.


목이 아픈 것은 궤양이 생겼고 거기 고름이 가득 차서란다. 맞기 싫은 주사를 계속 맞았고 큰 주삿바늘로 목 안에 고인 농을 뽑아내는 일을 두어 차례 했다. 그 후부터는 혼자 미리 병원에 갔다. 아프다고 이야기해도 들어주는 사람도 관심 갖는 사람도 없음을 깨달아서다. 그런데 내가 아픈 걸 즐긴다고? 나쁜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9월 재검에서 결과가 나쁘면 수술해야 하는데 돈이 없잖나 그래서 조금 걱정한 게 큰 잘못인지..


아픈 것이 싫다. 아프고 싶지 않다. 아침마다 나는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다 자기 최면을 걸듯 다짐하며 쓰지만 남아있는 현실은 늘 잔인했다. 속이 문드러 져도 웃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씩씩 해지는 일이 너무 힘들다. 이런다고 바뀌는 것 없는 현실을 잘 안다. 그래서 늘 씩씩한 척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가끔은 누가 토닥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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