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에서의 완전한 해방은 죽음뿐이다

과거로부터의 편지

by 아이린

이상 심리학 강의를 얄팍하게 들으며 중독에 관해 공부한 적이 있다. 선생님은 중독에서의 완전한 해방은 불가능하다. 특히 약물 중독이 그렇다. 일단 한 번이라도 손을 대면 죽는 날까지 중독과 싸우는 일만 남는다고 그러셨다. 방심하면 그대로 먹힌단다. 슬기로운 감방 생활이었나? 거기서도 약물중독의 무서운 면을 보여준 장면이 있었다. 의지에 가득 차 출소한 그날 바로 약에 손을 대는 해롱이 모습 기억하나?


가족 중 중독자라면 카페인 중독자인 나와 니코틴 중독자인 동생 정도일까? 둘 다 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끊지 못하고 있다. 이것도 물질계열 중독이니 문제가 있지. 나 같은 경우는 줄이고 있는 중이라 하지만 그냥 말장난이다. 동생은 만만치 않은 담배값에도 자기가 먹을 걸 줄여도 담배는 못 끊는다나. 최소한 이 두 가지 중독은 위법은 아니다. 위법이고 처벌한다면 끊게 될까?


내가 살아가면서 중독자를 만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인척관계에서 만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11년 전 나와 인척인 젊은 친구가 죽었다. 그 아이는 아주 어릴 적에 어머니와 형제들과 같이 이민을 갔다. 한국의 가족들이 이민 가는 일을 말렸지만 그 아이의 엄마 즉 나의 이모는 단호하게 결심을 하고 떠났다. 여기서 대학을 나왔다지만 이민 가서 할 수 있는 것은 청소부였다. 세 자녀 중 둘은 학교에 다녔고 막내인 남자아이는 유치원과정을 마치고 일찍 집에 왔다. 그리고 늦게까지 혼자 있었다


그 아이는 빈집에서 심심했는지 돌아다니는 영역을 넓혔단다. 집 앞에서 조금 더 나가고 더 나가고... 이모가 거주한 곳은 우범지대는 아니어도 그리 좋은 환경인 곳은 아니었다. 어느 날부터 아이는 용돈벌이로 약 심부름을 하고 다녔단다. 몇 번 체포되었지만 미성년이어서 방면된 게 여러 차례 란다. 조금 크자 아이는 약에 직접 손을 댔다. 이모가 치료를 위해 입원시킨 것도 몇 차례란다. 그러나 끊을 거라고 씩씩하게 들어갔다 나온 후에 곧 다시 시작했단다.


아이는 결국 미국에서 추방당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약 청정국(?)인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공부를 하고 일자리를 얻었다. 아이의 재활의지는 강했다. 내가 본 그 무렵까지는.. 아이와 친분이 있던 중독자들이 추방되어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아이와 연락이 안 되었다. 가끔 또 다른 사촌에게 전화는 했다던데.. 근황을 간접적으로 들었지만 그때까지 약에 손을 댄 흔적은 없었다.


2014년 어느 날 아이가 모든 국내의 친척들과 연락을 끊은 지 2년쯤 되던 때로 기억한다.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 경찰이란다. 이름을 대며 아이와의 관계를 물었다. 나는 이종사촌 누나라 그랬다. 경찰은 담담하게 경기도의 어느 모텔에서 아이가 사망한 채 발견되었는데 약물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단다. 어떻게 그다음에 일을 수습했는지 기억 안 난다. 사실 잠결에 누군가의 죽음을 전해 듣는 게 평범한 경험은 아니지 뭐. 나보다 이런 거에 더 능한 동생이 외가의 모든 친인척에게 연락하고 미국에 전화하고 장례 준비를 했다.


아이의 죽음을 전해 듣고도 이모는 울지 않았다. 어머니 동생이라서 그런지 냉정했다. 이제 맘 편히 잘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늘 어디서 총 맞아 죽는 거 아닌가 약 때문에 죽는 거 아닌가 불안했다나. 이제 애가 갔으니 편하단다. 나는 어머니가 돼 보지 못해서 모르지만 자식이 죽었다는 이야기에 그렇게 담담한 게 가능할까?


우리나라도 이제 마약에서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중독자가 양산되고 있고 끊기 위해 싸우는 이들도 제법 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끊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오늘만은 안 한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싸워야 한다. 그 싸움을 멈추면 다시 중독에 빠지게 된다. 입에 대치 않는 게 가장 좋지만 만약 그게 힘들면 하루라도 일찍 스스로를 격리시켜서라도 중단해야 한다.



지금의 나라면 그 아이를 좀 더 강하게 붙들어 줄 수 있었을까? 아이가 죽은 후 약물중독에 대해 많이 공부했다. 물론 지금도 사이사이 책을 읽는다. 서른 살도 못되어 죽은 아이 생각이 가끔 난다. 그 아이가 거기까지 이르게 된 데에 부모 형제는 책임이 없을까? 나 역시 마약에 대해 역시 몰랐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을것 같다. 나도 좀 더 많이 공부라고는 좀 더 강하게 아이를 붙들어 주었어야 했다.


알코올 중독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중독을 겪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가능한 12가지 규범을 적어본다.

중독은 정말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싸움이다.


1. 우리는 우리가 알코올에 대해 무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우리의 삶이 관리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2. 우리는 우리 자신을 초월한 힘이 우리를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3.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우리의 삶을 신의 보살핌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4. 우리는 정직하고 두려움 없는 도덕적인 자기 성찰을 했다.

5. 우리는 신에게, 우리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인간에게 우리의 잘못을 인정했다.

6. 우리는 신이 우리의 결함을 제거하실 것을 완전히 준비되었다.

7. 우리는 겸손하게 신에게 우리의 결함을 제거해 달라고 기도했다.

8. 우리는 우리가 해를 끼친 모든 사람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그들 모두에게 배상하려는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

9.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직접 배상하되, 그것이 그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때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10. 우리는 계속해서 자기 성찰을 하고, 우리가 틀렸을 때는 즉시 인정했다.

11. 우리는 기도와 명상을 통해 신과의 의식적인 연결을 개선했다. 우리는 우리에게 의지하실 것을 기도하고, 우리에게 알려주실 것을 기도했다.

12. 우리는 이 단계들을 실천함으로써 정신적인 깨달음을 얻었고, 이를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이 원칙들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로 결정했다.

[출처] 12단계와 12 전통: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A.)의 여정|작성자 정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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