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정의라

전제가 잘못되었다.

by 아이린

김희원 한국일보 기자의 책을 작년에 사두고 읽지 않았었는데 꺼내서 아무 데나 펴서 읽었다. 목차는 보지 않았다. 내가 가장 불편하게 생각한 사람의 거짓말 행렬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엄청난 생존 본능을 담담하게 늘어놓았다. 그리고 글의 마지막 부분에 쓰인 내용을 보고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지지 기반인 민주당을 점점 망가 뜨리게 된다. 그의 폭주를 멈춰주기를 고대한다. 사법부가 결정하기 전에 민주당이 그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나쁜 선택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민주당은 그들의 운명을 선택했다. 국민들에게 나쁜 선택을 강요하는 쪽으로. 하긴 나도 최악과 차악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고통으로써 무고함을 주장할 수는 없다. 조민의 허위스펙은 부모와 자신의 재판에서 모두 확인됐다. 조민은 위조 표창장이 입시에 결정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누군가의 기회를 부정하게 가로채려 했다는 것 자체가 반성할 일이다. 우리 사회엔 조국 사태 이후 강화되고 있는 악습이 있다. 염치의 상실이다."

"잘못을 그 자체로 잘못임을 인정하는 염치는 엘리트 권력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며 권력을 감시할 기준점이다. 시민들은 권력자들이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이렇게 촉구해야 한다."


내로 남불의 일상화. 무엇이 잘못인지의 기준이 잘못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 누군가는 비난의 대상에 기자들도 넣더라. 언론을 제4의 권력이라 한다지. 공천권을 둘러싼 피 튀기는 정치인들의 싸움에 국민은 없다. 기자들의 글에도 마찬가지지. 기자들 역시 밥줄이 달린 문제에 아주 객관적일 수 없으니..

좀 젊은 시절엔 이런 모든 것에 화가 났지만 이제는 아니다. 원래 이 세상엔 정의가 없었다. 정의가 인간의 정의는 예전부터 없었다. 하나님의 정의만이 있다는 것을 아침 성경 묵상에서 다시 깨달았다. 단 그 정의의 실현이 인간의 시간관념과 좀 달라서 문제이지만.


구약성경은 아합이라는 왕이 누명을 씌워 자신이 얻고 싶었던 부동산 즉 포도원의 주인을 죽이고 차지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선지자 엘리야는 아합이 차지한 포도원에 아합의 피가 흐르게 될 것이고 그 과정을 주도한 아합의 아내의 살을 개들이 먹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들은 엘리야의 예언을 무시했다. 그러나 그 예언은 15년이 되어 이루어진다. 하나님의 정의는 반드시 집행될 것임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살기가 힘든 세상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냥 공부 중인데 좀 답답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