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에 갑시다.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by 아이린

어머니에게 보건소에 가서 아버지 치매 검사를 받아보시게 어떻겠느냐 하는 말을 한 것은 2023년 2월의 일이다. 어머니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반응이셨다. 내가 이런 소리를 하게 만든 사고가 난 게 그 무렵의 일이다. 어머니는 약사로 재직 중이셨다. 실직한 나는 어머니를 돕고 있었다.


집안의 여러 가지 암울한 사정으로 우리 가족은 흩어져 살아야 했다. 어머니와 나는 서울에 그리고 아버지를 비롯한 나머지 가족은 경기도에 이렇게 나누어 살았다. 주말엔 만난다지만 흩어져 살아야 하는 형편이 된 게 아버지에겐 심적인 충격이 크셨던 것 같다


2023년 2월 어느 날 아버지는 서울에서 볼일을 보시고 어머니와 나를 만나러 오셨다. 그것 아니어도 대학을 퇴직한 아버지는 어머니를 만나러 서울에 수시로 오셨다. 저녁 장사를 위해 약국과 붙어 있는 가게인 술집 사장이 약국에 와서 누가 화장실 이용했느냐 물었다. 아버지가 약국 건물에 붙은 화장실에 다녀온 뒤론 아무도 거기 들어간 사람이 없어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랐다. 아버지 이후로는 아무에게도 열쇠를 건넨 적 없지만 혹시 하는 마음으로 일단 물었다.


" 왜 그러세요?" 누가 변기가 아닌 곳에 변을 보고 나갔단다. 낮시간에 열린 곳은 여기 약국뿐이니 여기 온사람 중 누군가가 그랬을 거란다. 우리는 바로 화장실을 치우고 옆 가게 사장에게 사과를 했다


누가 그랬냐고 묻는 술집 사장님에게 누구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다음부터는 열쇠 함부로 주지 않겠다 죄송하다 죄송하다..... 그날 저녁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화장실 건을 물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무슨 화장실 이러며 당신이 화장실에 간 사실도 기억 못 했다.


나는 아버지의 치매 검사를 주장했다. 어머니는 늙어서 실수한 거 무슨 가지고 무슨 치매냐고 오히려 나를 나무라셨다. 사실 이일 말고도 아버지의 기억력 저하문제를 동생댁이 몇 번 이야기한 바도 있었다. 나는 나이 탓이라고 나도 기억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걱정 안 해도 된다 말했지만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경우 나의 이 개운치 않은 느낌은 나쁜 결과로 이어졌다.


어머니는 며칠을 고민하셨다. 결국 50년 넘게 하신 약국을 정리하겠다고 말씀하셨다. 너무 늦기 전에 남편을 옆에서 돌봐줘야겠다나... 죽을 때까지 약사로 일하고 싶다는 분은 그렇게 꿈을 접었다. 그게 2023년 5월의 일이다.


어머니는 약국을 정리하고 바로 그리고 나는 6개월 후 아버지와 같이 살기 시작했다. 나보다 6개월 이상 아버지와 먼저 생활한 어머니는 어느 날 아버지의 치매검사 이야기를 먼저 꺼내셨다.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바로 나는 보건소에 전화를 걸고는 치매 검사 예약을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당신이랑 나 나이도 있으니 보건소 가서 치매 검사 해보자고 지나가는 말처럼 건네셨다. 만약 내가 그랬으면 아버지는 거절하셨을 거다. 어머니의 말을 무 하지 못하는 아버지는 그러마고 동의하셨다.


사실 보건소에 가서 검사하는 과정은 힘들 것 없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힘들었다. 다른 집은 모르겠다. 적어도 어머니나 나 동생에겐 아버지가 치매 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나름 지성이라는 대학교수 그가 자기 정체성을 상실해 가는 병에 걸렸고 그 긴 투병과정을 우리 가족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같이 검사를 받은 어머니는 이상이 없었다. 어머니는 1차 검사로 끝났지만 아버지는 재검을 받아야 했다. 재검으로 심층검사를 받은 후 보건소에서 만난 의사는 MRI와 CT 그리고 제반 검사를 하러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사는 곳 근처의 2차 병원을 갈지 3차로 좀 더 먼 거리의 병원을 갈지 정하랬다. 마음 같아선 서울 큰 병원 가자고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해 2차 병원의 신경과 검진을 예약했다.


병원에서 추가 검사를 받은 끝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 알츠 하이머는 아니고 뇌 혈관성 치매란다. 알츠 하이머가 아님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뇌혈관성 치매는 또 뭐 한 말인가? 의사는 간단히 말해 양성 종양이 머리 쪽 혈관 안에 생겼고 이로 인해 인지 장애가 온 거라고 설명해 줬다. 수술을 하면 괜찮아지는 거냐 물으니 종양의 위치도 아버지 나이도 수술에 적합하지 않으니 약 먹으며 관리하잖다.


어머니도 수술엔 부정적이시고 아버지 역시 병원 다니며 약 먹겠다고 그러셨다. 뭐가 최선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두 분 뜻대로 하기로 했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얼 하면 될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로 치매 환자 가족이 되었다. 외사촌이 치매 시아버지 10년 간병하며 힘들었던 과정을 잘 알기에 사실 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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