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쓰러지셨다.

어느 날 밤의 소동

by 아이린

날짜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인 무렵이었다는 정도 아무튼 처방 약을 드시면서 일상생활을 하시는 아버지. 조금의 기억 손실 증세는 보이지만 그냥 나이 탓으로 치니 아버지의 치매가 문제처럼 안 느껴졌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몸이 같이 망가질 수도 있음은 몰랐다. 아니 정확히는 몸이 망가지는 와중에 치매까지 따라왔다 봐야 하나? 면역 체계도 나이가 들면서 기능이 저하되고 만성적인 저등급 염증이 증가한단다. 이러한 면역 체계의 노화가 치매 위험을 높이고 인지 기능 저하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버지는 천식 증세 외에는 별다른 병이 없던 분이었다. 위장이 좀 좋지 않은 건 있는데 그건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고 병증이라 하기도 뭐 한 정도였다.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어머니가 놀라서 소리 지르며 나를 불렀다. 반쯤 깬 상태의 잠을 잤기에 어머니의 부름을 들을 수 있었다. 부모님 침실 부속 화장실 입구에 아버지가 넘어진 채 벽에 기대고 계셨다. 어머니와 내가 간신히 부축해 침대에 눕혔는데 창백했다. 배가 아프시단다. 시골에 사니 응급으로 어디 갈 데도 없고 집에 있는 약통에서 어머니가 약을 챙겨 아버지께 드리고 나는 물을 끓여 꿀물을 만들었다.


아버지의 얼굴엔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같이 밤을 새우고 아침에 택시를 불러 가장 가까운 중급병원 즉 아버지의 치매약 처방이 이루어지는 병원에 갔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앉혀두고 수속해 내과 가장 빨리 보는 게 가능한 의사 선생님 방으로 들어갔다. 선생님은 아버지의 배 여기저기를 눌러보고 문진을 하더니 여기서는 치료가 힘들다고 상급병원에 가란다. 이유를 물으니 내시경은 가능하나 내시경 후 출혈이 발견되면 지혈을 해야 하는데 그 장비가 여기엔 없단다. 어머니를 집으로 보내고 다시 택시를 불러 의정부 성모병원에 갔다. 전공의 파업으로 어수선해 제대로 진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 걱정이 되었지만 밀고 들어가기로 했다.


좋은 건 아니나 나는 늘 병원 운이 있었으니- 원하는 진료 못 받은 적 없다. 수술도- 이번에도 아버지 모시고 가는 길이 순탄하리라는 믿음 하나로 갔다. 더 멀리 가려면 서울인데 그건 좀 힘들다. 아버지를 응급실로 들여보내고 보호자 대기실서 스탠바 이를 한 세 시간인가 아니다. 거진 다섯 시간이구나 한 후에 입원 지시를 받았다. 동생을 불렀다. 나쁜 시키 아버지 아픈데 돈은 몰라도 힘은 보태야지


응급실 입원 대기 환자 있는 방에 가니 어디선가 대성 통곡 하는 소리가 들린다. 간호사에게 물으니 사고로 실려온 환자가 사망했고 그 어머니가 우는 거라나 아버지가 청력이 좋지 않음이 다행이다. 입원 이야기를 하는 간호사는 이후 절차를 이야기한다. 위장출혈이 심각하다나. 지혈을 위한 시술은 익일 혹은 그다음 날 실시 할 거라고 간호사와 이야기 중 동생이 와서 교대를 했다. 종일 너무 힘들어 나는 전신이 다 아프고 다리에는 힘이 빠졌다. 그날 지하철을 타고 집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도 안 난다.


아버지의 보호자 노릇은 동생이 했다. 아버지는 다음날 시술을 할 상태가 아니라서 그다음 날 지혈을 하고 엄청난 양의 주사를 맞고 많은 약을 받고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출혈이 위에서 계속되어 식욕도 없었을 거라고 빈혈수치도 심각해 피주사도 맞았다. 위에는 궤양이 여러 군데 발견되었다나. 암튼 위가 다 망가졌단다. 암은 아니라니 다행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장에서 발견된 결석이란다. 그것이 위궤양의 원인이 아닐까 의심한단다. 그러나 수술은 아직은 두고 보자나.. 하기는 아버지 나이도 나이지.


퇴원 후 어머니의 철저한 복약관리로 아버지는 많이 좋아지셨고 아직은 복통은 없으시다. 몇 달 후 빈혈검사수치도 좋았다. 드시는 것도 주의시키고 있다. 아버지가 멀쩡해지실 것은 기대도 안 한다. 그냥 아주 천천히 나빠지시다가 때가 되면 하나님께 가시기만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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