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과 죽음 그 사이

존재에 관한 생각

by 아이린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 시절, 카이사르의 머리 위로 월계관을 들고서 '너는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라고 말하는 것 외에 어떤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단다. 즉 이는 인간의 유한성을 기억하라는 것을 일깨우기 위함 이란다. 누구나 언제나 죽는다. 그럼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우리가 할 일은 무어냐.


철학자 조지 산타나는 "출생과 죽음은 피할 수 없다. 그러니 그 사이를 즐겨라"이렇게 말했단다. 또 출처는 기억 안 나나 , 인생은 B와 C사이의 D 란다. 인생은 출생과 죽음 사이의 결정으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란다. 아주 어릴 적 죽음을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통해 배웠다. 그냥 삐약거리는 게 귀여워 얼만지 기억은 안 나나 푼돈 50원쯤이었을 거다 그걸 주고 사 왔던 급 병아리가 하룻밤 지나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삐약거리지도 움직이지도 물을 먹지도 않고 뻣뻣해진 것 그것이 죽음이라는 걸 알았다.


아주 불행한 일이지만 가족 중 하나가 사는 일을 포기한 것 그걸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삶이라는 게 끝이 나고 땅에 묻힌다는 것이 그 무렵 나에게는 큰 공포였다. 누구도 죽음이 어떤 건지 나에게 가르쳐 주지 않았다. 사실 어리기도 했으니 누가 그걸 가르쳐 주었겠나. 가족의 죽음도 내가 무얼 본 건지 깨달은 것은 시간이 좀 지나서였으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생각이 쌓이면서 신앙이 자리 잡으며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인간에게 주어지는 건 현재뿐이라는 것 그러니 그 현재를 잘 살아야 한다는 것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낭비하지 말라는 것 이건 어쩜 평범할지도 모르나 잘 살기 위한 중요한 원칙이다.


할머니의 임종을 지키던 20대 중반 나는 그때 비로소 죽음이 완전한 끝만은 아님을 배웠다. 고통으로 늘 찌푸러져 있던 할머니 곁에서 가족들과 구역 식구들은 임종 예배를 드렸다. 찬송가를 여러 곡 부를 무렵 조금씩 잦아들던 할머니의 호흡 그리고 편안한 그리고 빛나는 얼굴을 보며 그 무렵까지 의심 가운데 있던 천국을 비로소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마당에 묘목을 심는 한 노인에게 이웃이 물었단다 생전에 저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지 못할 텐데 왜 심냐고 그의 대답이 내 마음에 와닿았다. "당장 내일 죽을 것이 아니라면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해야 하네. 나는 우선 내일은 죽지 않고 살 계획이야" 언젠가는 갈 천국을 소망하되 지금 살고 있는 이 시간을 즐겨야 한다. 내가 쥐고 있는 이 시간을 조금 더 즐겁게 살아내면 나는 삶과 죽음 사이의 이 순간을 반드시 즐기며 알차게 살아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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