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성 건선 치료기

지금 생각하니 기적이다

by 아이린

고등학교 1학년때였다. 학기 초였다. 손바닥에 허물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허옇게 일어나는 허물을 벗기니 손바닥이 빨갛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가려웠다. 허물은 손등까지 번졌다. 그리고 손 전체가 벌겋게 변했다. 발바닥과 발등 도 마찬가지 꼴이 되었다. 그리고 허벅지 안쪽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 반 아이들은 문둥병 같다고 내 손을 보고 찌푸렸다. 씨 지들이 문둥병이 뭔지 아나 암튼 어머니랑 국립 의료원 피부과에 갔다. 지금은 국립 중앙의료원으로 부르는데 아무튼 내가 태어나고 돌지나 결핵으로 입원하고 뭐 그런 곳이다. 어머니의 과거 직장이었던 이 병원은 당시 피부과가 유명했다. 의사 선생님은 심상성 건선이라고 진단하셨다.

어머니가 진단명을 듣고 심각한 표정이 되었던 건 기억난다. 선생님은 지금은 안 나오는 엑셀원 겔이라는 연고를 처방해 주셨다. 뭐 당시는 의약분업 시기가 아니니 그걸 바르라고 하셨다는 게 정확하겠다.


내가 여기저기 아파도 늘 그러려니 하던 어머니가 이 피부 질환만은 심각하게 여기시고 약을 직접 꼼꼼히 발라 주셨다. 아 특이한 건 이 약을 바르고 햇볕을 쬐는 것이었다. 손과 발에 약을 바르고 허벅지 때문에 수영복을 입고 마당에 돗자리 깔고 앉아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뒤집힌 벌레나 발을 위로 들고 누운 네발 동물 같은 꼴로 있었다고 할까?


결론은 나았다는 거다. 그런데 일광 화상을 입어 한참 고생하긴 했다. 끈적하고 열감 있는 연고 바르고 볕을 쬐는데 어찌나 뜨겁던지 이 화상이 낫고 나니 피부병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불치병은 아니나 난치병으로 사람을 지독히 괴롭힌다는 이 피부병 대충 생각하니 발병부터 완치가 한 학기 정도 걸렸구나. 얼마 전 버스에서 건선을 앓는 분을 봤다. 그분의 증상은 좀 심하긴 했다. 얼굴이었으니 말이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숙이셨다. 에구... 치료가 성공하셨는지 궁금도 하고 그냥 갑자기 내가 앓던 일이 생각나서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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