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배려합시다 좀
청각이 지나치게 예민한 편이다. 그게 쉽게 잠들지 못하는 원인이 될 때가 있을 만큼 소소한 소리가 나를 많이 괴롭힌다. 그러나 그건 내 개인적 문제이니 어쩔 수 없지만 공공장소 그리고 경건하고 조용해야 할 곳에서의 소음은 그 소음이 내 등뒤에서 계속되고 있으면 정말 짜증 그 자체가 끓어오른다.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그런 소음을 만들 수 있음은 안다. 그러나 물을 좀 마시든지 마스크를 쓰든지 뭐든지 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 나이 드신 어른들도 물을 가지고 다니면서 목을 축이거나 조용히 사탕 한알을 입에 넣는데 말이다.
내가 돌아보면 잠시 멈췄다가 계속 헛기침을 해댄다.. 예배 중간이라 피할 자리도 피할 수도 없었다. 내가 앉은 2층은 사람들이 뜨문뜨문 앉아 있는 곳이다.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좌석에 일찍부터 자리 잡고 앉았는데 예배 직전에 들어온 부부가 내 뒷자리에 앉았다. 그럴 수 있지 했다. 계단식 좌석이니 거기가 좋다 생각했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나 예배 시작부터 찬양하는 시간 빼고 기도 성경 통독 성가대 찬양 설교 계속 킁킁 캐개캑 멈추든지 소리라도 줄이려고 애를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예배 끝나고 나오면서 얼굴을 한번 봐 뒀다. 나는 다음 주에도 그 자리에 앉을 예정이지만 혹시 그 부부가 나타나면 소리 내는 여자에게 물병이라도 건네든지 사탕통이라도 주려고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자리를 떠나기는 싫다. 뭐가 싫으면 떠나면 된다지만 나는 뭐가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가끔 여기가 공공장소고 다른 이를 배려해야 한다는 걸 망각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누군가가 내 팔을 건드린다. 잘 놀라는 편이라 늘 헤드폰을 낀다. 한번 놀라면 심장이 조이고 아프다. 나를 놀라게 한 사람들은 뭘 그렇게 놀라냐고 오히려 나를 이상하게 본다. 그래서 헤드폰을 낀다. 뭘 듣지 않아도 말이다. 적어도 헤드폰을 끼고 있으면 뭐 묻는다고 갑자기 건드리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누가 또 나를 건드린다. 놀란 걸 진정하고 쳐다보니 얼굴에 땀범벅이 된 사람이 휴지 좀 달란다. 손수건 밖에 없어서 안된다니 땀 닦게 손수건이라도 좀 달란다. 미친 거 아냐. 싫다고 말하니 휴지도 안 가지고 다니냐고 그리고 손수건 좀 빌려주면 어떠냐 이러는 게 아닌가. 내가 이상한 건가 가족이 아니고 친분도 없는데 손수건을 왜 주느냐 말이다. 신경질이 확 나는걸 마음을 다스리려 헤드폰을 다시 끼고 볼륨을 높였다.
사람들에겐 누구나 퍼스널 스페이스가 어느 정도 보장 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사람 많은 곳을 지나다 혹시 부딪히면 반드시 사과해야 하고 말이다. 나는 "죄송한데 좀 지나갈게요" 언제나 이렇게 말하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간다. 반면 나는 한 번도 존중받아본 적 없다. 아무렇지 않게 툭툭치고 지나가고 한 사람만 설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밀쳐져서 다칠뻔한 적도 있다. 나를 밀치고 뛰어내려 간 사람은 사과도 없었지만 나랑 같은 지하철을 같은 시간에 탔다. 내가 노려 보는데도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닌가.
내가 이상한 건가 정말 모르겠다. 내가 싫은 건 남에게도 하지 않는다는 이 생각은 보편화되기 어려운 명젠가 짜증은 나지만 아마 내일도 나는 휴지대신 손수건을 챙길거고 물이 담긴 텀블러를 챙길 거다. 물론 멀미 방지용 캔디도 챙길거고 말이다. 그리고 헤드폰을 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