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면 편하다 아니 나이 들면 편해진다
어릴 적 나와 어머니를 만난 사람들은 다 같이 그랬다." 아버지 닮았구나 쯧... 엄마 닮았으면 좋았을 텐데" 사실 이 말은 폭력적이다 엄마를 닮았건 아니건 나에게 너는 참 안 예쁜 아이구나 하고 확인사살 시켜주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곰곰 생각해 봤다. 그래서 내가 기죽었나? 아니었다. 성격 자체가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에는 집착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도로 어머니 뱃속에 들어가 고치고 나올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다만 동생이 좀 괜찮은 외모로 태어난 건 유감이었다
남자아이라는 것에 조금 괜찮은 외모 하나님은 왜 저 애에게만 좋은 걸 몰아주셨나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다. 그러나 이 또한 포기하고 받아들였다. 공부는 조금 했지만 별로 좋은 성격도 아니고 외모도 평균이하인 나에 대해 정작 어머니가 걱정을 좀 하셨던 것 같다. 코를 좀 높이고 쌍꺼풀 수술을 해줄까 그럼 나으려나 이렇게 당신 지인과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 있다. 그 아주머니는 아직은 성년이 아니니 대학 들어가기 전에 고3 방학 때 이야기를 하시는 게 아닌가? 잠깐 설렜다. 나도 예뻐지려나? 남동생은 호박에 줄 그어도 수박 안된다고 원판 불변의 법칙 운운 하는 게 아닌가.
고 3병을 혹독히 앓고 원하는 대학에 못 갔다. 정확히는 들어갈 기회를 빼앗겼다. 체념하듯 다닌 학교는 치마만 둘러도 다 이쁘다 봐주던 곳이라 같지 않은 자존감이 잠깐 커졌었다. 손 안대도 나는 매력적이라 혼자 착각하며 살았다. 갑상선 종양 수술을 하고 나서야 내 같지 않은 자존감이 나를 살렸다는 걸 깨달았다. 뭐냐면 당시에 흔치 않은 켈로이드가 수술 부위에 나타났다. 시뻘건 뱀이 기어가는 것 같은 목을 둘러싼 흉터를 보고 만약 코를 높이거나 쌍꺼풀 수술을 한다고 얼굴에 칼을 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찔했다.
그 흉터는 30년 이상 지난 지금도 목 주위에 남아있다. 물론 좀 흐려지고 크기도 줄긴 했지만 말이다. 한동안은 눈가나 입가 목 주위에 주름이 없음에 행복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피부에 탄력을 준다는 화장품에 집착하기도 했었다. 다 놓아버린 지금 좀 편해졌다. 갑자기 내가 미인이 될 수도 젊어질 수도 없는데 나이에 맞게 늙어가는 게 현명한 것 아닌가 싶은 그런 생각도 들고 적당히 체념하고 적당히 포기하니 괜찮다. 이젠 건강만 신경 쓰기로 했다. 그런데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여자 조카를 보니 좀 짠하다.
켈로이드가 반성유전되는 탓에 내 여자 조카도 두 번이나 얼굴을 다쳐 응급실에 갔을 때 성형외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상처를 꿰맸었다. 그 아이에게 나는 다쳐서는 안 되지만 다칠 것 같으면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보호하라고 말했다. 입 주위 이마에 남은 상흔을 또 만들면 안 되지 않냐고 말해줬다. 너도 고모처럼 성형수술은 불가능하니 이쁜 마음 가지려고 노력하면 얼굴도 마음 따라갈 거라고 검증 안된 위로를 해주긴 했다.
예쁜 얼굴 별거 아니라지만 사는데 좀 편한 일 만들어 주는 것도 사실인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나는 이제 늙어서 더 이상 얼굴 안 챙겨도 되니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