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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삐 Jul 18. 2021

꿀삐의 난임분투기⑯

등가교환의 법칙

"등가교환의 법칙이라는 게 있어. 뭔가를 갖고 싶으면 그 가치만큼의 뭔가를 희생해야 된다고"

2019년에 방영된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의 대사다.

나는 많아진 시간 덕분에 평소 안보던 텔레비전을 자주 보고 있는데, 이 드라마도 뒤는게 정주행하고 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아나운서를 꿈꾸는 혜자(한지민)은 어릴 때 바닷가에서 시계를 줍게 되는데, 이 시계는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시계다. 그런데 이 시계를 돌리면 돌리는 만큼 나이를 먹게 된다. 스물 다섯 살의 어느 날, 한지민은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시계를 돌린다. 사고가 났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 아버지를 살리는 건 무척 힘든 일이었지만 그녀는 결국 해낸다. 그러나 시계를 너무 많이 돌려버린 탓에 갑자기 늙어버린다. 자신의 청춘과 바꾼 아버지의 죽음. 혜자(한지민)는 자신에게 소중한 아버지와 청춘을 교환한다. 혜자는 젊음을 돌리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곧 포기한다. 인생에는 '등가 교환의 법칙'이라는 게 있어서 다시 젊음을 되찾더라도 잃는 것이 있을 거라는 깨달음 때문이다.


인생에 덧셈이 있으면 뺄셈도 있다는 것.

우리는 무언가를 얻으려고만 하지, 빼앗기려고는 하지 않는다. 세상에 버젓이 존재하는 이 법칙을 무시하고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나? 한때는 나도 그랬다. 시험관 1차 시술을 마치고서 난 억울했다. 내 자신이 짠하고 애틋해서 어쩔줄을 몰랐다. 인위적으로 과다 투여된 호르몬의 영향으로 내 몸이 다 망가지는 거 아닐까하는 조바심에 녹색창에 '시험관 시술 부작용', '시험관 시술 후유증'을 검색했다. 이대로 계속 해도 좋은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나온 '등가 교환의 법칙'을 들으면서 생각이 조금 변했다. '그래, 인생에서 거저 얻는 것이 어딨어. 그렇게 갚진 가치가 있는 거라면 나도 그만큼의 댓가(노력)를 치워야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그 전만큼 내 자신이 처량해보이지 않았다. 나는 지금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 뿐이야. 부작용이나 후유증은 다 끝나고 걱정해도 되겠지. 여기서 내가 할 일은 내 몸을 조금 더 아껴주는 것. 몸에 좋은 것을 먹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좋아하는 활동을 늘리는 거야. 그래서 시험관 시술을 최소화하고 내 몸을 지켜야지.

나는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쉬고 싶으면 쉬었다. 매일 클래식을 들으면서 낮잠을 잤다. 티비나 영화도 실컷 봤다. 그림을 그리고 반려식물도 키웠다.

이렇게 아무 것도 안하고 아무런 걱정 없이 지내는 게 어쩌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른다.

아까운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그래도 안되면 그건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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