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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삐 Jul 04. 2021

꿀삐의 난임분투기⑮

늦은 결혼과 출산

늦은 결혼, 나는 반댈세.

나는 서른여덟에 결혼을 했다. 지겨울 만큼 놀아봤다. 하고 싶은 건 거의 다 해봤다. 여러 번의 연애, 두 번의 유럽 여행, 대기업 취직과 퇴직, 공무원 준비와 합격….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도 있는 상태에서 결혼을 했으니 늦은 나이의 결혼 전도사라도 될 참이었다.


그런데 ‘임신’ 앞에서 그 생각이 한여름 복숭아처럼 물렁졌다. 책상에 앉아서 지구 건너편에 있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 보며 영상통화를 나누며 커피 매장에서는 로봇이 타주는 커피를 사 먹고 햄버거, 마트, 병원에서도 사람 없이도 결제가 가능한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사는 나.

의술의 발달로 사람의 평균 수명은 120세까지 늘어났다는데 여성의 가임기는 왜 그대로인가? 달나라까지 가는 세상에 왜 여성의 ‘폐경’을 늦추는 약은 왜 발명되지 않는 걸까?

   

마흔 결혼, 요즘 임신 적령기가 늦어졌다고는 하지만 가임 적령기는 여전히 그대로인 것에 화가 난다.

그래, 뭐 늦게라도 낳는 건 그렇다 치자. 키우는 수고로움은.. 후.. 쉰 살에 아이와 함께 놀이공원에 가서 바이킹을 타고 귀신의 집에 들어갈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진다.


당연의 배신

마흔이 다 되어서 느낀 삶의 법칙은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많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서울에 있는 명문대에 가는 줄 알았다. 대학 졸업 후에는 굴지의 기업에서 나를 모셔갈 줄 알았고, 회사에서 멋진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인생이란 게 정해진 길을 따라서 운명이 인도하는 대로 흘러가는 줄 알았다. 솔직히 인생이 이렇게 빡쎈 줄 진작 알았으면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 열심히 하고 책도 열심히 읽었을 것 같다.


어쨌든, 많은 단계 중에서도 제일 노력 없이 당연하게 주어질 것 같았던 ‘엄마’라는 타이틀이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삶에 대해 배신감이 든다.

이런 걸 꼭 해야만 하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그래도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야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운명에 맡기는 것이 내 마음이 편할 테니까. 여태 그리 살아왔으니까. 세상의 많은 엄마가 다 이 과정을 겪었고 나도 그들과 같은 사람이니까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또 하루를 보내고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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