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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삐 Jul 18. 2021

꿀삐의난임분투기⑰

눈물의 두 줄

이식 일곱째 날

새벽 6시도 안됐는데 눈이 막 떠다. 이번 이식 후부터는 알 수 없는 꿈을 계속 꾼다. 자면서 이를 악무는 습관이 다시 생겼다.

나는 임신테스트기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살금살금 화장실로 들어갔다.

사실 어제 처음으로 하긴 했었다.

결과는 단호박 한 줄.

오늘도 한 줄이면 미련을 버리라 다짐하고 비장하게 변기에 앉았다.

조심스럽게 소변에 테스트기를 담그고 기다렸다. 대조선만 선명하게 보인다. 어쩐지 아무렇지도 않더라. 그렇게 한 30초쯤 지났을까. 버리려고 일어나려는 찰나, 희미한 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 어? 어?

나는 곧장 안방으로 뛰어가서 자는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남편은 짜증을 내면서 눈을 뜨더니 임테기를 쳐다봤다.

"뭐야 지난번처럼 한 줄이잖아. 불 꺼."

나는 남편을 다시 흔들었다.

"여보, 다시 한번 자세히 봐봐! 두 줄 안 보여?"

남편은 한참을 보더니 한 줄은 진한데 한 줄은 너무나 연하다면서 한 줄이 보인다고 했다.


후.. 난 눈물을 터트렸고

전날 그 전날 사용했던 임테기를 몽땅 꺼냈다.

(미련 때문에 안 버림)

어후.. 어제도 두 줄이었자나?

시간이 지나면서 시약선이 흐려졌는데 6일 차부터 옅은 선이 보이기 시작

어쨌든 그렇게 나는 임신을 확인했다.

그래도 안심이 안되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임테기를 사용하고 체온을 측정했다.

며칠 뒤 병원에서 1차 피검사를 하고 나서야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이상하리만큼 증상은 없었지만,

증상과 임신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시험관 이식을 앞두고 계신 분께 나만의 팁을 드리자면 다음과 같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나는 속는 셈 치고 항간에 떠도는 카더라 통신에다가 먼저 시험관 이식을 했던 친구, 지인들을 통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했다.

 '이걸 해도 될까?'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만드는 (그래서 검색까지 하게 만드는) 찝찝한 행동들은 최대한 안 하려고 했었다. 실패했을 때에는 이식한 날 마트에 장도 보러 가고, 누워만 있는 게 답답해서 홈트도 하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걸 일절 하지 않았다.

챙겨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 것. 특히 차가운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배아와 연결된다고 생각하고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 채취한 날부터 반려식물을 키우기도 했다. 


지나고 나면 아무 일이 아니지만, 그때는 임신이 너무나 간절했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이나 충고, 조언에도 마음이 뾰족했던 나였기에 잠시 세상과 단절하고 지냈던 것 같다. (맘카페는 끊지 못했지만..ㅠㅠ)


그저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버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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