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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삐 Aug 05. 2021

꿀삐의 난임분투기⑱

임밍아웃

임신을 확인하고 제일 먼저 생각난 건 '엄마'

1차 피검사를 하기 전 '엄마'에게 먼저 임신 사실을 말했다.

'엄마'는 사실 태몽을 꿔서 임신인 줄 알았다면서 축하해줬다.

시댁에는 초음파로 아기집을 확인한 후(5주 차)에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일반 산부인과로 전원 할 때까지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남편이 너무 말하고 싶어 해서 같이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말씀을 드렸다.

어머님 아버님 모두 그동안 내 임신을 그렇게 바랐는데 부담될까 봐 말하지 못했었다며, 너무 기뻐하셨다.


난임 휴직 중 임신을 하면 휴직 사유가 소멸되어 바로 복직을 신청해야 하므로

7주 차 아기 심장소리를 듣자마자 회사 인사팀에 연락을 했다.

바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복직을 하면서 육아휴직 신청을 했다.

안정기까지 숨기고 싶었던 내 임신은 며칠 뒤인 '육아휴직 인사발령' 공문과 함께 공공연하게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알 수 없는 이상한 느낌에 잠에서 깨어 났다.

침대가 너무 축축해서 '소변'실수를 한 줄 알고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축축한 이유가 '소변'이 아닌 '피'였다.

그것도 생리혈과 비슷한 새빨간 피가 속옷과 침대 패드에 흥건했다.

나는 급히 남편을 깨워서 응급실에 갈 준비를 했는데,

곧 병원이 문 열 시간이라서 원래 다니던 난임 병원을 찾았다.


담당 선생님은 피가 자궁에 고인 상태는 아니라며 

임산부가 겪을 수 있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출혈이라는 말과 함께 아프기로 악명 높은 돌주사(크녹산)를 처방해주었다.

말로만 들었던 '돌주사'를 맞게 되다니..

생각지도 않았던 이벤트 덕분에 일주일 내내 병원에서 엉덩이 주사를 맞았다.

그 후 일주일은 집에서 배에 자가주사를 놓았다. 여기저기 멍이 들고, 주사 맞은 부위는 정말 돌처럼 딱딱해져서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 


임신 초기라서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왔고 기분은 오락가락했다. 

돌주사때문에 아팠고 5주부터 시작된 입덧의 영향으로 내 생활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나는 초예민한 상태로 얼마간을 더 견디다가

9주가 되어서야 모든 약과 주사 그리고 질정까지 끊으면서 난임 병원을 졸업했다.


그리고 힘들게 시험관 임신을 했으니, 더 이상의 힘듦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리석게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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