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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삐 Jun 10. 2021

꿀삐의 난임분투기⑦

시험관 신선배아1차(3일 배양)이식2일 차~6일 차

이식 2일 차

배아 사진.. 이 작은 세포 사진을 보면서 웃고 있다. 

이게 내 몸에 들어갔다고? 너무 신기해! 

예상했던 대로.. 물 2.5리터와 이온음료 1.5리터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도대체 하루에 화장실을 몇 번이나 가는지 모르겠다. 소변 색이 물색이랑 비슷해졌다. 

새벽에도 화장실에 가느라 잠을 깊이 못 잔다.

     

이식 3일 차

이식 후 처음으로 ‘소고기’를 먹었다. ‘난자 채취’ 전에는 매일 같이 챙겼었는데..

채취 후에 내가 아닌 것 같은 ‘나’가 되고 나서는 챙겨 먹기가 힘들다.

남편이 남의 편 같이 느껴진다. 이식 다음날부터 아침식사를 차려달라고 하질 않나,

밥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쌓아놓질 않나. 얄미워 죽겠다.

남들은 회사 다니면서 진행하는 시험관 아기 시술인데, 휴직까지 해서 받으니 고마워하라고 한다. 이럴 때 생색까지 내는 남의 편이 너무 밉다.

내가 왜? 휴직까지 하고 쉬지도 못하고 바로 아이를 가져야 하는데? 누구 때문에 내가 이러고 있는데? 

눈물을 흘리면 자궁이 수축된다고 하던데 너무 서러워서 아침에 세수를 하면서 엉엉 울어버렸다.

호르몬 때문인지, 마음이 힘들어선지, 몸이 내 맘 같지 않아서인지... 눈물이 많아졌다.

     

이식 4일 차

계속 속이 울렁거린다. 빈 속은 빈 속이라 울렁거리고, 뭘 먹으면 느끼해서 울렁거린다.

밥만 먹으면 바로 하품을 한다. 낮잠이 쏟아진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ㅠ

생전 안 먹던 라면을 먹었다. 라면에도 고춧가루를 뿌리고, 찜닭에도 고춧가루를 뿌리면서 먹었다. 밀가루, 디저트, 인스턴트, 배달 음식으로 점철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남편은 그래도 살 아이는 다 산다고, 먹고 싶은 건 참지 말고 다 먹으라고 한다.

배아한테는 미안하지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스트레스받지 않으면 착상이 더 잘되지 않을까?     


이식 5일 차

울렁울렁하고 밥만 먹으면 잠이 쏟아졌던 증상이 사라졌다.

무증상이 시작되자 또 다른 불안감이 찾아왔다.

내 배아는 어디론가 떠나버린 걸까?

거짓말처럼 감쪽 같이 사라진 증상들..

대신 방귀가 잦아졌다. 배에 가스가 찼나 보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남편에게 방귀를 텄다.

4리터의 물이 익숙해졌다. 오늘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5일 동안 매일 지속하면 몸이 적응을 하는구나..   

  

이식 6일 차

어젯밤엔 자다가 땀이 나서 잠에서 깼다. 몸이 뜨거워서 열을 재보니 37.2도였다. 

'다행히 열은 많이 안 나네..' 하면서 자고 일어나 아침에 다시 체온을 재보니 37.5도..

도대체 열은 왜 나는가? 이것도 호르몬 작용인가?     


시험관 아기 시술은 신경 쓸 일 투성이다.

채취를 준비하면서 정해진 시간에 주사를 맞고 약을 먹는 것도 번거롭고

채취 날 몸은 힘든데 개수도 신경 써야 하고 

그것들이 성숙된 난자인지, 미성숙 난자 인지도 중요하고

이식 날에 이식을 할 수 있는지도 불투명하고..

이식을 한다고 해서 착상이 되는 것도 아니고..     

변수가 너무 많아서 사람을 지속적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호르몬제의 영향인지 기분은 널을 뛰고..

나는 내가 왜 이런 걸 하면서까지 임신을 해야 하는지..

여전히 내가 난임이라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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