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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삐 Jul 15. 2022

59. 엄마는 덕질 중

출산 165일, 5개월 폭풍 성장

매일 비슷한 패턴으로 하루가 시작되고 끝난다. 우주는 정확히 아침 6시가 되면 일어난다. 그 이후에는 4시간마다 밥을 먹고 4번의 짧은 낮잠을 잔다. 먹기-잠자기-놀기를 하루 종일 반복하다가 저녁 7시에는 목욕을 하고 8시에는 밤잠을 잔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무한 반복이다.


똑같아 보이는 일상이지만 매일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 때문인 것 같다. 130일경 우주는 처음 왼쪽으로 뒤집기를 했다. 그 기술을 열심히 연마하더니 158일에는 오른쪽으로도 뒤집게 되었고 163일에 되집기도 가능해졌다.


손으로 물건을 잡고 입으로 가져가는 건 진즉부터 시작했지만 손가락을 점점 더 정교하게 움직인다. 소근육 발달을 위해 계속 새로운 물건을 보여준다. 아직은 어려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 별로 없다. 오볼, 애벌레 인형, 꼬리 책, 튤립 사운드북 등 오감을 자극하는 장난감 위주다. 최근에 놀이용 거울을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보면서 한참 동안 시간을 보낸다.

넌 무슨 생각을 하니?

아래쪽 앞니가 나기 시작해서 치발기를 쥐어주니 아주 잘 가지고 논다. 이전까지 우주는 치발기에 관심을 크게 보이지 않았다. 괜히 샀다고 후회했다. 기우였다. 


육아템이 많으면 육아가 편해진다. 그렇다고 한없이 많이 사는 건 금물. 중요한 건 아기 발달상황에 맞추어 아이템을 들이미는 것이다. 나는 대부분 아기가 필요한 때보다 2~3개월 일찍 물건을 사놓았다. 아이는 당연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그런 반응에 쓸모없는 물건이라고 치부했다. 다른 애들은 잘 가지고 논다는데 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거지 하면서 아이에게 조바심을 내기도 했다. 필요한 때에 사주면 될 것을.. 괜히 쌓아 놓은 짐만 늘었다.

 

우주가 진화하는 만큼 나도 몸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필라테스 덕분인지 근력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체중은 임신 전으로 거의 돌아왔다. 그동안 다이어트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올바른 식단과 소소한 운동을 지속했다. 체중은 아주 천천히 빠져서 출산 163일째 되던 날에는 임신 전 몸무게인 55kg이 되었다. 


출산 후 총 13kg이 빠졌지만, 임신 전 시험관 시술을 진행하면서 2~3kg이 쪘으니 그 살까지 빼야 한다. 여전히 다이어트는 진행 중이다.




나는 지금 덕질을 하고 있다. 대상은 '나'다. 마흔에 출산하느라 힘들었던 나를 위해 틈틈이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요리, 운동, 건강 검진, 유해한 사람들 인생에서 쫓아내기, 긍정적인 관계 키우기, 일기 쓰기, 독서, 피부 관리받기, 몸에 좋은 것 먹기 등등 내가 온전하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은 다 하고 있다. 그게 뭐든지.

물론 돈이 많이 든다. 피부과 시술, 에스테틱샵, 필라테스, 영양제. 고정적인 지출만 해도 월 100만 원은 넘는 것 같다. 결혼식 전에도 돈이 아까워서 안 하던 피부관리를 받다니...


남편은 내 소비에 당황한 듯 짠순이가 웬일이냐고 묻는다.

"여보, 나는 지금 덕질 중이야."

"덕질이라니? 당신 그런 데 취미 없잖아~"

"아, 덕질은 덕질인데 대상이 나야 나. 셀프 덕질."

"그래? 연예인 따라다니기나 이상한 거 수집하는 덕질이었으면 돈이 많이 아까웠을 것 같은데. 그나마 다행이네."라고 말한다.


출산 후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출산으로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계기가 생겼으니 그리 나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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