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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삐 Mar 03. 2023

73화. 13개월, 차원이 다른 육아

우리 아이가 달려졌어요.

'배속에 있을 때가 좋았던 거구나.' 확실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그 녀석과 내가 한 몸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때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뱃속에 있었을 때가 얼마나 편한 것이었는지를 말하는 거다.

할 수만 있자면 그 녀석을 다시 뱃속에 넣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임신했을 때는 그 말이 그렇게도 듣기 싫었는데, 내가 이런 말을 읊조리고 있다니….



솔직히 요즘 아침에 눈 뜨는 게 무섭다.

초등학교 시절 체육 실기 시험 전 날,

'제발 내일 비 오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를 했던 것이나

회사 다닐 때 디자인 발주 마감 전 날,

'세상이 망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것만큼

아니 그보다 더 두렵다.

오늘은 또 뭘 하면서 버티지.


얼마 전 '매일 국지전을 치른다' 편에서 쓴 내용보다 더 육아의 난이도가 높아졌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수십 개지만,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생떼가 늘고 뭐든 지가 하겠다고 한다.



돌이 지나면 자아가 생긴다고 한다. 좋고 싫고의 구분이 생기는 건 이해하는데, 쥐뿔도 모르는 게 뭐든 '내가 할 거야' 하날뛴다. 한시도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쫓아다니면서 뒤수습은 내 몫이다. 

몸으로 놀아주는 게 버겁다. 자꾸 '나 잡아봐라~'를 한다. 마흔한 살에 술래잡기를 한답시고 좁은 집을 뛰어다니는 모습이란…. 누가 볼까 무섭다. 요즘 관리사무소에서 층간 소음 심하다는 방송을 자주 하는데, 혹시 우리 집?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육아하는 로봇은 없나….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아이가 다음 주부터 어린이집을 간다는 것이다.

아직 복직을 하려면 몇 개월 남았는데, 요즘은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고 아무 때나 가는 게 아니라는 주위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정작 원하는 때에 어린이집에 못 들어가는 게 내심 걱정이 되어, 일찍 어린이집 대기 신청을 했었다.


그러다 우주가 10개월쯤 되었을 때 신청해 둔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신학기인 3월에 입소할 수 있는지 묻는 전화를 받았다.

'네, 새 학기에 보낼게요'라는 말은 했지만,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아직은 육아를 할 만했던 때여서 마음이 확고하지 못했다.(걷기 전과 후의 육아는 하늘과 땅 차이)


세 살까지 엄마랑 애착관계 형성이 중요하다던데.

보내고 싶다가도 안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계속 변덕을 부리자, 남편은 그냥 자기가 정해주겠다고, 어린이집에 보내라고 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아, 빨리 보내고 싶다.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을 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뭐 하지?


아, 생각만 해도 설레서 미치겠다.

고작 3시간인데, 생각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하다니!

남은 일주일 동안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지만, 그 시간에 절대 밀린 집안일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남편에게도 말했다. 그 시간에 집안일은 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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