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칭 시점 소설 『첫번째 거짓말이 중요하다』

설득력 있는 나의 목소리

by 이유신

소설『첫번째 거짓말이 중요하다』는 주인공이 완벽한 거짓말로 다른 사람의 인생에 스며든 이야기다.

이 소설 보고 내용보다는 문장에 감탄했다. 1인칭 시점을 너무 잘 활용한 것 같은 소설이었다.

자신의 감정 표현은 물론 남의 마음까지 읽어내는 느낌이었다. 주인공의 세심한 감정 표현을 위한 글은 1인칭이 되어야 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랫입술을 깨물며 테이블에 앉은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만약 그 얘기를 더 하라는 압력을 받으면 울컥 무너지고 말 거라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발산한다.

레이철은 나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듯 잔잔한 미소를 보내지만, 나머지 세 명은 자리에서 꼼지락거리는 폼을 보니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뭐라도 가십거리를 건진 후 필요하다면 나중에 좀 더 깊이 파고들어 탈탈 털어서 나를 상대로 유용하게 써먹을 속셈이었겠지.



스스로 추측하고 확신하는 글이 필요할 때도 1인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대의 표정, 몸짓, 침묵을 근거로 마음을 단정하고, 그 단정 위에 다시 감정을 쌓는다. 이 과정은 객관적이지 않지만, 바로 그 주관성 때문에 설득력이 생긴다. 독자는 인물의 판단이 옳은지 틀린 지를 따지기 전에,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마음 자체에 먼저 공감하게 된다.


나 말고 다른 누구의 관심도 끌지 않을 정도로 조그만 종이학 한 마리가 스탠드에 기대어 놓여 있다.
나는 필요 이상으로 길게 그것을 응시하며 그것한테 줄 필요가 없는 힘을 실어준다.
이윽고 손을 뻗어 그것을 펼친다. 학의 몸통 안에 종이 한 장이 들어 있다. 앞면에는 사진 두 장이 인쇄되어 있다. 이게 바로 애틀랜타 경찰이 나에 대해 갖고 있는 증거이자 스미스의 선물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첫번째 거짓말이 중요하다』에서 1인칭은 감정 전달은 주제 그 자체와 맞닿아 있다. 타인의 인생에 스며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보보다 설득력인 건 같다.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나’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 소설이 줄거리보다 문장이 오래 남는 이유도 그것이다. 한 사람의 머릿속에 잠시 들어갔다 나오는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나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첫번째 거짓말이 중요하다』 애슐리 엘스턴 지음 /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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