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마다 하는 계획이지만 새해엔 계획이 있다. 다이어트를 계속하고, 글을 꾸준히 쓸 것이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나도 받고 싶다.
한 해를 보내고 가장 아쉬운 점을 생각해 봤다. 제일 첫 번째는 ' 더 많은 글을 써야 했다'였다. 그리고 '더 많은 걸 보러 다녀야 했다'였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연락을 자주 하지 못하고, 자주 만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곧 '뭐, 앞으로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양식의 삶이 옳은 것인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받고 싶다. 편지는 분노나 미움보다는 애정과 배려에 더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_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잠실철교는 잠실대교 옆에 있다. 겉으로 보기엔 지하철만 달리는 다리로 보인다. 사실 그 철로 양 옆으로 자동차 길과 보행로가 있다. 그 길은 진입로가 어려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 일차선 길이 죽 뻗어 있어 철로를 바로 옆에 끼고 막힘없이 달릴 수 있는 곳이라 매력 있는 길이다.
한 번은 언니가 차를 운전해 그 길로 들어서는 중이었다.
“이 길에서 지하철을 만나면 진짜 멋있는데, 한 번 보고 싶지 않아?”
“응. 보고 싶어. 그런데 타이밍이 잘 맞아야 되잖아.”
“아니, 그렇지 않아. 그걸 만들면 되지.”
나는 언니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철교로 지하철이 지나가야 서로 마주칠 수 있는데, 그걸 만들면 된다니 이상했다. 철교로 진입하기 전, 차를 잠시 세워 둘 공간이 있어서 언니는 차를 세웠다. 그러곤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3분만 기다리며 돼.”
“응? 뭘?”
“잠실나루역에 지하철이 3분 후 도착하니깐, 곧바로 여기로 지나게 되거든. 그 타이밍에 우리가 철교를 건너가면 돼.”
언니의 기발한 생각에 감탄했다. 잠시 후 뒤편에서 지하철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자, 언니는 곧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우리 차는 지하철 바로 옆에서 달렸다. 지하철이 우리 차 옆을 스르륵 지나가는데 생각보다 속도가 빨랐지만, 불빛 환한 네모 칸마다 사람들이 손에 잡힐 듯 내다보였다.
기회를 찾고 노력한다면 언제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거였다. 지나간 시간들을 아쉬워 말고 앞으로 올 시간들을 기회로 맞이하고 싶다.
해
새로운 시대란 오래된 달력을 넘길 때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신을 보는 혹은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서로의 눈동자에서 태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_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산문집이다. 감성적이고 시적인 문장이 마음을 두드린다.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_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