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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신 Jan 06. 2023

 괜찮지 않아도 돼

드라마로 받는 위로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는 참 어렵다. 그 사람이 경험한 아픔을 어림짐작으로 가늠해 아픔을 덜어줘야 한다는 건, 어쩌면 아주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다.

 내가 아플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괜찮아, 기도할게' 혹은 '얼른 나을 거야, 화이팅' 이런 위로였다. 물론 그런 말을 건네준 것만으로 너무 고마웠다. 그러나 한 번쯤은 이런 말이 듣고 싶었다.

 "많이 아프지? 너무 힘들지? 울어도 돼. 괜찮지 않아도 돼."

 그땐 슬픔과 아픔을 충분히 느끼고 지나가야 한다는 걸 몰랐다. 애써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이기도 했지만, 괜찮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상대에게 하는 건 참 어렵다. 그 말을 하면서 상대가 괜찮지 않은 시간을 함께해줘야 한다는 책임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저 괜찮을 거라는 말을 하고 넘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


 나의 그런 마음을 비춰주는 듯한 드라마가 있었다. 2013년에 방영했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주인공 오영(송혜교)은 시각장애인으로 대기업 상속녀이고 부모님을 잃고 어린 시절 헤어졌던 오빠 오수를 찾는다. 주인공 오수(조인성)은 사기꾼으로 오영의 가짜 오빠로 신분을 위장해 오영에게 접근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영: 사람이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위로야.

 내가 처음 뇌종양에 걸렸을 때 내가 바란 것도 위로였어.

 그런데 사람들은 오빠 너처럼 위로하지 않았어.

 위로는 커녕 여섯 살 아이한테 용기를 강요했어 잔인하게...

  '괜찮아, 영이야. 수술은 안 무서울 거야. 괜찮아, 넌 이길 수 있어.

  항암치료? 그까짓 거 별거 아니야'

수: 그러면 사람들이 그런 말 밖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어?

영: '안 괜찮아도 돼. 영이야, 안 괜찮아도 돼.  무서워해도 돼. 울어도 돼'

 만약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면 나는 하루 이틀 울다가 괜찮아졌을 거야.

 그런데 그때 못 울어서 그런가 지금도 난 여섯 살 그때만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나.  


드라마, 그겨울 바람이 분다


 그 당시 방영할 때 드라마를 봤는데 주인공이 나 같아서 눈물을 엄청 흘렸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코로나19로 주로 집에만 있던 시기에 다시 봤다.

 주인공 영이가 항암 치료를 할 때 사람들이 했던 위로의 말들이 내가 들었던 말이었다. 그러나 영이는 듣고 싶은 말이 따로 있었다.

  "안 괜찮아도 돼. 영이야, 안 괜찮아도 돼.  무서워해도 돼. 울어도 돼."

 나는 예전엔 슬퍼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무조건 참아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다.

 "괜찮지 않아도 돼. 힘들어도 돼. 좀 그러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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