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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신 Dec 24. 2022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

영화로 얻는 공감

영화 <뷰티플 마인드>는 실존 인물인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이야기로 2002년 개봉했다. 정신질환으로 망상과 환각에 빠져 혼란을 겪으며 아내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는다. 오랜 시간 괴로워하다가 자신에게 나타난 증상을 받아들이고 다시 교수생활로 돌아가 노벨상 수상까지 하게 된다.


 처음에 이 영화를 봤을 때, 당연히 주인공 존 내쉬가 보고 듣는 게 진실인 줄 알았다. 의 아내, 친구, 주위 사람들이 그의 말을 믿지 않은 거라 생각했다. '왜 그를 믿지 않고 정신 병원에 가둘까?'하며 몰입했다.

 그가 진짜 정신질환을 앓는 게 맞다고 내가 확신한 장면이 뒤늦게 있었다. 그건 바로 그가 보는 망상들이 가짜라는 걸 스스로 인정했을 때였다. 자신이 실제 인물이라 믿은 사람들이 십 년이 지나도 그대로였던 거였다.



 마시는 절대 나이가 들지 않아.

 마시는 가짜야. 나이를 안 먹어.

영화, 뷰티플 마인드


 망상이란, 현실에 부합되지 않은 잘못된 믿음을 경직되게 고수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하고 미행한다거나 누군가가 음식에 독을 탔다는 망상을 갖는 것이다.

 예전엔 정실 질환이라고 하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를 알면 알수록 내 안에 많은 자아가 살고 있었다. 과도한 불안감이 스스로를 죽음까지 몰아넣으려 한다거나,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오히려 그가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며 확신하는 거였다.

 나도 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사고가 나고 몇 년 동안은 현실이 아닌 꿈속을 헤맨 느낌이어서 더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현실검증력이 없는 사람은 현실의 자극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해석까지 만들 수 있는 거였다.

 주인공이 생각하는 꿈이나 악몽처럼 가끔 내 혼란이 은근히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야 내가 겪는 아픔이 정당화될 수 있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것이야말로 큰 치료는 없는 것 같다. 심리학에서 깨닫게 된 것이다. 공감과 지지는 큰 치료제다.

 아마 나처럼 존 내쉬도 '당신의 생각은 잘못되었어. 환자야.'라는 말보다 '당신을 이해한다. 그럴 수 있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친구: 사라졌어?

존 내쉬: 아니,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지도 몰라.

    난 그것들을 무시하고 있고 그들도  나를 포기했어.

    자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꿈이나 악몽은 아니었을까?

    은근히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친구: 하지만 항상 자네를 따라다닐 거야.

존 내쉬: 누구나 사로잡히는 과거일 뿐이야.

영화, 뷰티플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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