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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신 May 01. 2023

상상보다 더 큰 세계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7개의 단편소설로 이뤄져 있다. 알 수 없는 미래 세계에서 일어나는 풍부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야기들이다.


 미래라는 것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그 말이 맞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만큼 빼앗기는 것도 있을 것이다. 지금 과거를 돌어보면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것과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지금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미래라는 걸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세계이자, 알 수 없는 가능성이 있는 곳일 것이다.


내가 마을에 살았을 때, 나는 사람들이 나의 얼룩에 관해 무어라고 흉보는 것을 단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다. 나는 나의 독특한 얼룩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마을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결점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때로 어떤 결점으로도 여겨지지 않았다. _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서로가 다르다는 것, 서로의 결점을 존중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내가 살아온 인생밖에 모르기에 다른 삶을 알기 위해서 책을 읽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곤 한다. 그러면 조금 이해가 되기는 하다가도 금세 잊혀버린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은 그렇게 작다.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_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학계에서 마인드를 어떻게 정의하든, 마인드 도서관은 삶과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여전히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상실감은 달라졌다. 타인의 죽음이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 이를테면 ‘그 사람이 지금 살아 있었다면 뭐라고 말해주었을까?’ _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주를 이해하는 일도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도 너무 어렵다. 나조차도 이 세상에서 아주 작은 존재일 뿐이다.

 아주 길고도 멀게만 느껴지는 인생의 시간이 하나님에겐 아주 찰나가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 행동하는 것, 남긴 글들이 아주 먼 시간 뒤엔 어떤 의미가 되는 건지 지금은 알 수 없다.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더 늘려갈 수도 있다. 그러면 어때, 나는 그 총합을 늘려갈 동안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 계속 고민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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