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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신 May 11. 2023

하루를 견뎌내는 힘

feat. 유퀴즈 김우빈

 일주일 전, 몇 년 만에 감기에 걸렸다. 잠깐은 힘들지만 감기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목이 엄청 따끔거리고 숨을 크게 쉬면 기침이 나와 너무 신경이 쓰이지만 감기는 어느 정도 앓고 나면 사라진다. 그걸 알기에 감기를 견디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고통이 언제 끝날지 알게 되면 견디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하루를 견뎌내고 살아내는 힘도 이런 에너지가 이어진다. 뭔가를 이룬 시간이 좋은 것보다 아주 큰 고통이 없었던 것으로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어제 유퀴즈에 나오는 배우, 김우빈을 보고 내 모습을 다시 돌아봤다. 그가 투병을 하며 가진 생각들이 내가 암흑 같은 고통을 지나온 시간들을 지나오며 했던 생각과 비슷했다.



 제가 잠깐 공백기를 가지면서 너무 미래에만 살았던 제가 좀 속상하더라고요. 좀 슬펐어요. 물론 그 순간순간을 즐겼지만, 더 온전히 즐겼으면 더 좋았을텐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운동을 하는 과정도 너무 즐겁잖아요. 그런데 더 좋아질 몸만 생각하고 스트레스받으면서 운동을 했었고 그랬던 시간들이 아쉬워서 요즘은 최대한 그 순간을 즐겨보려 하거든요.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데 예를 들면, 나와 대화하는 사람 눈을 더 본다든지. 이 사람이 뭘 입고 있는지도 관찰해 보고 그런 시간들을 가지니깐 후회가 많아 없는 것 같더라고요. 잘 지낸 것 같은 느낌, 하루를.... _ 배우, 김우빈


 

 나는 하루를 열심히 살려고 하지 않는다. 최대한 내가 보는 것을 많이 느끼려 한다. 내리쬐는 햇살, 불어오는 바람, 눈에 보이는 풍경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사람. 그러면 김우빈처럼 하루를 잘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행복하다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아, 오늘 내가 살아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병마와 싸우는 계시는 분들이 얼마나 아프고 또 고통스러우실지 두렵고 무서우실지 다는 모르지만 저도 겪어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습니다. 우리가 뭔가를 잘못해서 인생을 잘못 살아서 이런 일들이 펼쳐진 게 아니라. 그냥 우리는 그중에서 운이 좀 안 좋았던 것 분이니깐 후회나 자책하시면서 시간 보내지 마시고 여러분 자신과, 또 여러분이 사랑하는 분 생각하시면서 힘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_ 배우, 김우빈


 배우 김우빈은 고통이란 뭔지 아는 사람이다. 고통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건 다 다를 것이다. 그건 나의 또 다른 삶이자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라 생각한다.

 물론 김우빈의 말처럼 내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고, 운이 나빠서 일어난 것 일수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의 하나라 생각한다.

 두려움과 고통이 지나가면 평소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고, 순간순간을 느끼며 그것만으로도 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기침이 계속 나온다. 그래도 오늘 심각하게  아프지 않았고 햇빛을 쬘 수 있어 다행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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