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면 됐다

by 무명

n년차 정도 됐을 무렵, 신참의 티를 벗을 때쯤 태풍이 거세던 밤 단체 메시지 방에 전달 사항이 올라왔다.

“00월 00일 실종자 수색으로 비번자 동원”


그렇게 태풍 영향에 벗어나지 못한 채로 수색 시작 지점에 모였다.

다리 위에서 본 강은 모든 걸 집어삼켜 몸집을 키운 듯 불어날 대로 불고 중간중간 소용돌이가 생겨 나무들이 빨려 가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오싹하기까지 했다.


많은 직원들과 군, 경찰, 헬기 등이 동원되어 실종된 지점 주변부터 수색을 시작했다.

보트를 타고서 강 주변을 수색했다.


풀 썩는 냄새와 어디서부터 떠내려온 건지 모르는 동물 사체의 악취,사체를 덮고 있던 파리들의 윙윙거림과 온갖 쓰레기는 내가 알던 자연경관과는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래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실종자일 수도 있으니, 냄새 나는 곳은 다 봐야 했다.


그렇게 궂은 환경 속에서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수색을 하던 어느 날 강이 집어삼킨 모래 속에 컨테이너 같은 형체가 아주 작게 모서리만 보였다.

지휘부에 보고가 되고 다음 날 잠수해 확인한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잠수를 했던가.

잠수에는 자신 있던,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잘하는 게 아닌 좀 더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다.


내일 쓸 장비를 챙기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당시 현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 소식들이 떠올랐다.

빠른 조류에 뻗은 손조차 보이지 않는 악조건에서 수중 수색을 하는 게 여간 부담스럽고 신경이 많이 쓰였다.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난다.

“이런 상황인데 솔직히 좀 걱정되네”라고 말을 한 것 같다.


차마 아내에게는 말을 못 했다.

별거 아니야라는 말을 달고 살던 내가 아마도 가족들에게 처음으로 그런 말을 했을 거다.


형은 “너무 걱정 마라. 갔다 와서 전화해”라고 말했다.

아마 형도 나를 믿고 다시 전화가 올 거라는 믿음이었을까.

걱정 말라던 아버지와 병원에서 나눴던 느낌과 참 비슷했다.


통화를 마치고 아버지의 부재가 느껴졌다.

솔직히 아버지와 큰 일은 없었다.

하지만 아무 일 없어도 아버지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건 아마도 그 존재 자체가 크기 때문일지도…


내일 잠수는 두렵다.

물속은 캄캄할 것이다.


내 안에 아버지가

아주 희미한 빛이라도 되어 줄 것만 같다.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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