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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군주론

니콜라 마키아벨리

by 김민규

*작성일 : 2025년 1월 4일


절대 왕정은 중앙 집권을 통해 완성된다.


공화정이 무르익기 전의 시대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습 왕정이 가장 일반적인 정치 체계였다. 그 왕정을 유지하고 국민들이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절대 군주의 존재와 그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군대가 필연적이다.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피렌체는 르네상스 직후 혼돈의 시대였다고 볼 수 있다. 여러 세력들이 각자의 국가를 세웠고, 세력 간 다툼도 잦았다. 또한, 프랑스, 스페인 등 많은 외부 세력들의 침입까지 있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차분하게 고민하는 공화정이 아닌,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겸비한 악랄한 왕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을 보았을 때, 온화하고 따뜻한 왕보다는 철혈정책을 펼쳤던 비스마르크와 같이 냉혹하고 잔인한 왕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


현재의 정치 체계와는 사뭇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비단 정치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는 많은 공동체에서도 이러한 카리스마 넘치는 군주 리더십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다. 나 또한 나의 리더십을 반성하며, 어떤 상황에서 마키아벨리가 주창한 리더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언어, 관습, 제도가 다른 지역을 정복하면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 지역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행운이 따라야 하며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가장 확실하면서도 실질적인 대책 중 하나는 군주가 직접 그곳에 가서 거주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통치권을 더욱 견고하게 확립하고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습니다. – 25 페이지

세계사를 공부할 때, 수많은 정복자들이 시행한 방식이다. 마케도니아, 로마 그리고 몽골까지 역사 속 많은 국가들이 영토 확장에 있어 새로 점령한 국가에 중앙 정부를 두어 통치하게끔 하여, 새 지역이 본래 국가에 빠르게 동화되게끔 운영했다. 또한, 그 지역의 고유의 문화를 유지함으로써 지역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단일 국가의 국민으로 예속될 수 있게끔 외부인들을 흡수하였다.


이는 상업 분야에 대입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인수 및 합병에 있어, 인수당하는 조직은 인수하는 조직에 있어 어느 정도 불안과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경영진은 이들이 본인의 회사에 잘 적응하고 동화 하기를 바랄 것이고, 그렇다면 인수하는 회사에 일정기간 본사를 두고 경영진을 꾸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인수당하는 쪽에서도 반감 없이 새로운 헤드를 믿고 따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화국에는 더 큰 활력과 더 큰 증오 그리고 복수를 하려는 더 큰 욕망이 있으며, 예전에 누렸던 자유의 기억은 떠나지 않고 사라지게 놔둘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가장 안전한 길은 공화국을 파멸시키거나 아니면 그곳에 거주하는 것입니다. – 45 페이지

군주가 공화국을 지배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공화국의 경우 왕국보다 훨씬 큰 자유와 기회들이 제공되기 때문에, 절대 왕정이 들어선다면 더 큰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그들을 완전하게 지배하는 방법은 모조리 죽이거나 왕이 직접 그곳에 눌러앉는 방법밖에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새 군주국에서 적의 위협을 피하고, 친구를 얻고, 무력이나 기만으로 승리하고. 민중이 자신을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하게 만들고. 병사들이 존경하면서도 복종하게 만들고, 자신을 공격할 수 있거나 공격해야 하는 사람들을 소멸시키고, 새 제도로 개혁하고, 엄격하면서도 친절하고, 관대하면서 자유롭고, 불충한 군대를 없앤 다음 군대를 새로 조직하고, 왕이나 군주들과 우정을 유지하고, 그리하며 그들이 자신에게 은혜로 혜택을 베풀거나 아니면 공격을 망설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한 사람은 그의 행동보다 더 참신한 예를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 64 페이지

저자가 주장하는 군주의 참모습이 전부 설명된 부분이다. 이 모습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선함과 악함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선하거나 절대적으로 사악한 모습이 아닌, 상황에 맞게 적재적소의 술법과 전략을 통해 국가를 운영해야 함을 주장한다.


특히 국민들에게 있어 경외심, 즉 존경스러우면서 한편으로 두려운 존재가 되라고 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공감이 된다. 총명한 왕이라면, 왕정 국가의 핵심은 국왕이고, 그 중앙 집권이 잘 유지되기 위해 가장 힘써야 한다. 그 속에서 왕은 국민과 관료들 그리고 지방 세력들 모두 왕을 존경하면서 그의 존재에 두려움을 갖고 감히 반역할 수 없는, 그런 카리스마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안정적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라를 점령할 때는 반드시 해야 하는 공격을 모두 검토하고, 단번에 행하며, 날마다 새로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혜택을 베풀면 그들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소심함 때문에 혹은 잘못된 충고 때문에 그와 다르게 하는 사람은 언제나 손에 칼을 들고 있어야 하며, 신민들을 믿고 의지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모욕이 지속되면 신민들이 절대로 그에게 안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72 페이지

새로 통치하는 국가에 있어서는, 절대 군주의 위엄을 보이기 위한 필연적이고 순간적인 잔인함은 필요하다. 그렇게 시작된 왕권은 강력한 국방과 안정적인 민생을 만들며 국민들의 지지를 받게 된다. 반면 불필요하고 지속적인 잔인함은 결국 민심을 흔들고 반란 및 반역을 이끌게 된다. 마키아벨리는 순간적이고 필연적인 잔인함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용병과 지원군은 무익하고 위험합니다. 만약 누군가 자기 나라의 방어를 용병에게 의존하고 있다면 안정이나 안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용병으로 이루어진 군대는 분열되어 있고, 야심에 차 있으며, 규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충성스럽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 90 페이지

마키아벨리는 용병과 지원군은 무용지물임을 주장한다. 이는 한국 역사에서도 항상 나오는 이야기이다. 당나라에 의존하여 한반도 최초 통일을 이룩한 신라는, 결국 계속적인 당나라의 간섭과 개입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고, 자주국방을 이룩할 수 없었다. 따라서 역사책에서 강조하는 중앙 집권의 핵심은 자국민으로 구성된, 왕을 중심으로 한 군대 조직이다. 용병이나 다른 나라의 지원군은 본원적으로 충성심이 덜하고 언제든지 배신할 수 있기 때문에, 군주가 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피해야 할 존재들이다.


따라서 군주는 전쟁에 대한 생각을 하시도 머릿속에서 거두면 안됩니다. 도리어 전시보다는 평화로울 때 더 많이 훈련해야 합니다. 훈련은 두 가지 방면으로 할 수 있는데, 하나는 행동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입니다. 행동 훈련에서는 병사들을 잘 조직하고 전투 기술을 연마하도록 유지하는 것 외에도 불편한 상황에 익숙해지도록 언제나 사냥을 하게 해서 그들의 몸을 단련해야 합니다. – 107 페이지

이 시대는 많은 전쟁들이 크게 작게 벌어졌기 때문에, 군주는 항상 전쟁이라는 키워드에 민감해야 했다. 그리고 전투에서 선봉장의 모습으로 적들을 물리쳐 군대의 충성심을 얻어야 했기 때문에, 전투와 전술에 항상 능통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기 어렵다면 크게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내버려둘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런 악덕 없이 나라를 구하기 어렵다면, 악덕을 행함으로써 오명을 무릅쓰는 일이 있더라도 신경 쓰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일을 고려할 때 어떤 것은 미덕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따르면 자신이 파멸할 수도 있고, 또 어떤 것은 악덕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따르면 안전과 번영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 112 페이지

소위 마키아벨리즘이라 불리는, 즉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반적인 악덕은 우리가 피해야 할 덕목으로 여겨지지만, 더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요약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수많은 선한 과정들과 수단들이 모여 최종적인 결과를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고민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군주는 신민에게서 빼앗지 않으려면, 자신을 방어할 수 있으려면, 가난해지고 멸시당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약탈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인색함의 오명과 직면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색함이야말로 인간이 통치하게 해주는 악덕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 115 페이지

저자는, 인간은 아버지의 죽음보다 빼앗긴 사유재산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재산을 거두는 행위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 운영과 전쟁에는 많은 재산이 필요하다. 따라서 군주는 치사하더라도, 너그럽기보다는 인색하고 치졸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혈세 없이 국정 운영과 전쟁 등을 잘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받는 것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더 나은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둘 다 바람직하지만 동시에 그러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둘 중 하나가 없어야 한다면 사랑받는 것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감사할 줄 모르고, 변덕스러우며, 위선적인 데다 위험을 피하려 하고, 탐욕스럽게 이익을 얻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 119 페이지

성악설에 기반하여 군주의 덕목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군주가 다스려야 할 시민은, 기본적으로 악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받는 사랑은 일시적이며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공포는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고, 국가를 통치함에 있어 아주 효과적이다. 따라서 이런 악한 인간들을 통치함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공포’이다.


이탈리아가 어떻게든 균형을 유지하던 시절에는 그런 방식이 잘 통했겠지만, 오늘날에는 권할 만하지 않습니다. 분열 정책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적이 다가오면 분열된 도시는 반드시 무너지는데, 약한 파벌은 외부 세력과 연합하려 하고, 다른 파벌은 지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147 페이지

분열된 국가는 힘이 없음을 보여준다. 결국 절대 왕권에 기반한 국가를 설립해야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고, 외부 세력의 침입이나 침략으로부터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군주는 누군가에게 진정한 친구이거나 진정한 적이 될 때, 말하자면 다른 군주에 대항하는 어느 군주를 지지한다고 밝힐 때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 결정은 중립으로 남아 있는 것보다 언제나 유익합니다. – 154 페이지

중간보다는 한쪽을 택하는 것이 군주 입장에서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승자를 택했을 경우 그에 따른 이익을 당연하게 취할 것이고, 만일 패자를 택했더라도 그 자에게 기쁨과 만족감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매하게 중간을 간다면, 그 어느 쪽에서도 자기의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는 훗날 도모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군주는 재능 있는 사람들을 환대함으로써 자신이 재능을 사랑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탁월한 예술가들을 존중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상업이나 농업에서, 또는 모든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기 일을 평온하게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혹시 빼앗길까 봐 재산을 늘리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세금을 많이 낼까 봐 걱정한 나머지 새로운 거래를 주저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 157 페이지

저자의 자유주의적 경제사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큰 정부보다는 작은 정부를 주장하고, 개인의 경제 활동에 있어 통제를 최소화하자는 의견이다. 얼마 전에 읽은 <수퍼크래시> 속 미국이 극자유주의자인 아인 랜드가 군주론을 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자기 일에 만족한 나머지 자기기만에 빠진 사람은 아첨이라는 전염병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그렇게 하려고 하면 경멸을 받게 될 위험에 부딪힙니다. 아첨에서 자신을 보호할 유일한 방법은, 당신에게 진실을 말해도 당신이 불쾌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것뿐입니다. – 161 페이지

어떠 사람이든 간에, 높은 위치에 있다면 주변의 간언 하는 사람을 주의해야 한다. 듣기 좋은 소리만 하면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이 줄고, 그렇게 되면 자기 자신의 발전 또한 더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상 직언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어야 하며, 그들이 바르지만 쓴 말을 할 때, 이에 대해 항상 감사한 마음과 표현을 해야 한다. 그래야 주변에 이로운 사람만 남고, 해로운 사람을 떠날 것이다.


저는 조심스러운 것보다 충동적인 편이 더 낫다고 확신합니다. 행운은 여자라서 그녀를 지배하고 싶다면 때리고 세게 부딪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녀는 냉정하게 행동하는 사람보다 충동적인 사람에게 더욱 쉽게 복종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행운은 여자이기에 언제나 젊은이들에게 우호적인데, 젊은이들은 덜 조심스럽고, 더 난폭하며, 더 대담한 자세로 그녀에게 명령하기 때문입니다. – 172 페이지

다소 성차별적 표현인지라, 시대적 흐름을 감안하여 볼 필요가 있다. 행운을 이용할 줄 아는 것 또한 역량임을 설명하며, 그 행운이 발생했을 때 고민보다는 충동적 선택을 강조한다. 당시 마키아벨리가 만난 여자들이 그에게 충동적이고 난폭한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했나 싶다.


그러므로 전하의 탁월한 가문이 자신의 나라를 구원했던 뛰어난 인물들의 길을 따르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자신만의 군대를 조직해야 하니, 이 일은 모든 과업의 진정한 토대입니다. – 177 페이지

이 책에서 10번은 나온 이야기 같은데, 결국 군주만을 위한 군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본인을 수호하고 따르는 충성심 높은 군대가 그 어떤 다른 요건보다 중요하며, 군주가 가져야 할 첫 번째 수단이다.




이 책을 보면서, 프랑스혁명 이후 복잡한 공화정 속에서 다시 나타나 정권을 잡은 로베스 피에르가 생각났다. 그는 공포정치를 앞세워 혼란스러웠던 혁명 직후의 사회를 바로잡아 정세를 이끌었고, 그 속에서 국민들은 잠시나마 안정감을 느낀다.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왕권에서 공화정으로 정치 시스템이 바뀌어 왔다. 물론 지금의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공화정에 있어, 이 군주론의 이론들이 정확하게 들어맞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단지 카리스마 리더십 정도로 해석될 뿐이다. 다만, 왕정이 보편적이었던 시대에서는 바이블로 여겨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수단을 합리화한다는 마키아벨리즘의 명제는 계속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문장이지만, 위기의 조직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저자가 주장한 군주라는 리더의 특성은 어느 정도 참고할 만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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