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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삼국지

나관중

by 김민규

*작성일 : 2025년 1월 15일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삼국지와 관련된 일화나 인물에 빗대어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도원결의 혹은 삼고초려와 같은 말들은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조차 너무나도 친숙한 말들이다.


시간은 흐르고 시대는 변했지만, 당시의 여러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그 안에서의 스토리들은 21세기 현재에도 비슷한 구조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인물들 간의 수많은 동맹과 배신 그리고 회유와 갈등을 통해, 나는 그 시대의 어떤 인물과 닮았고, 지금 내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전략과 전술을 참고해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관우는 세 가지 조건을 들어준다면 조조에게 투항하겠다고 밝혔다. 세 가지 조건이란 첫째, 관우는 지금 한나라에 투항하는 것이지 조조에게 투항하는 것이 아니며 둘째, 유비의 봉록을 두 형수에게 지급할 것과 셋째, 유비의 행방을 알게 되면 당장 유비에게 달려가겠다는 것이었다. – 107 페이지

삼국지 속 모든 것은 대부분 변한다. 대표적으로 사람의 마음이 그러하다. 정말 많은 인물들이 다양한 상황 속에서 변심하고 배신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관운장의 충성심이다. 그는 이야기 내내 유비에 대한 강한 충성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찌해야 부하직원에게 있어 이러한 로열티를 갖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내 이번 정벌이 승리하기는 했으나 이는 순 요행일 뿐이오. 앞으로는 절대 무모한 짓을 말아야겠소. 그러니 그대들이 내게 진언하는 일을 절대 꺼려서는 아니 되오.” – 134 페이지

조조의 요서 정벌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거만해지려는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경계한다. 자신의 업적과 성과를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이를 추켜 세워주는 간신들의 간언이 난무할 때, 천하 통일이라는 대업을 이루기 위한 조조의 위와 같은 태도에서, 위나라의 삼국 통일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윗사람보다 아랫사람이 많아지고, 지위와 직급이 올라갈수록 겸손해지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는 쉽지 않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주변에서 수많은 감언이설을 통해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을 것이며, 반대로 여러가지 정치적 공격과 중상모략이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대의명분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중심을 잡고, 충신의 직언을 겸허하게 받아드릴 수 있어야 한다.


“소인이 정신이 황망하여 드릴 말씀을 깜빡했습니다. 제가 추천해드릴 천하 기재가 한 분 계십니다. 성이 제갈이고 이름이 량이며 자가 공명이고 호는 와룡입니다.” – 145 페이지

삼국지의 표면적 주인공이 유비라면, 숨겨진 주인공은 제갈량이라 할 수 있다. 제갈공명이 언제쯤 나오나 하면서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는데, 이렇게 마주하니 정말 짜릿했고, 내가 책 속 유비가 되어 감격스러운 느낌도 들었다. 훗날 제갈량은 촉의 중심이 되어 유비를 도와 본인의 신적인 역량을 펼치게 된다.


“장군께서 이 보잘것없는 나를 세 번씩이나 초가집으로 찾아와 예를 갖추어 청하는 삼고초려를 행하시니 내가 아니 갈 수 없다. 너는 모쪼록 내가 갈던 밭을 절대 그냥 버려두어 못 쓰게 만들지 마라. 내 공적을 쌓은 후 반드시 다시 돌아올 터이니.” – 149 페이지

난세에 영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그 인물이 존재해야 하고, 두 번째는 누군가 그 영웅을 알아보아야 한다. 유비는 본인의 모든 지위와 자존심을 버리고 제갈량의 동참을 간청하고, 제갈량은 겸손하게 이를 받아드린다. 물론 제갈량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를 알아보고 엄청난 재원을 투입해 그를 세상 밖으로 꺼낸 유비 또한 대단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조자룡이 두 손으로 유비에게 아두를 바쳤다. 유비는 아두를 받아 들자마자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소리를 높였다. “이깟 내 미천한 혈육 때문에 귀중한 장군을 해할 뻔했구려!” 조자룡은 유비가 아들보다 자신을 먼저 염려하며 생각해주니 감격하여 울며 엎드렸다. “이 조운이 간 쓸개를 모두 꺼내 바쳐도 주군의 은혜는 갚지 못할 것입니다.” – 169 페이지

유비의 HR 역량은 삼국지 내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이해와 이기심이 아닌, 진정으로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위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왜 제갈량, 관우, 장비, 조자룡 등의 걸출한 인물들이 배신 한번 없이 그의 곁을 지켰는지 알 것 같다.


나도 사회에서 어떠한 공동의 목표를 이루고자 만난 사람에 있어서, 유비와 같은 마음으로 그를 대하고 다루어 나만의 조자룡을 만들고 싶다. 무언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내동댕이 칠 수 있어야 한다.


“승상! 화살을 이렇게 거저 주시니 정말 고맙소!” 제갈량은 진영으로 돌아와 주유에게 약속한 화살 십만 개를 건내 주었다. 주유는 경탄을 표했다. “공명 선생의 계책은 정말 신의 경지요.” – 197 페이지

제갈량의 역량이 빛나는 에피소드가 계속적으로 쏟아진다. 촉에 어떠한 위기가 봉착해도 결국 제갈량이 해결해줄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특히 심각한 상황속에 나오는 제갈량의 은은한 미소와 여유로운 부채질은 독자에게 하여금 제갈량 열성팬을 자처하게 한다.


“아니 방통이 바로 봉추 선생이란 말입니까? 와룡 선생이나 봉추 선생 중 한 분만 얻으면 천하를 평안케 할 수 있다 하였는데 두 분을 모두 얻었으니 이제 한나라 왕실이 정말 살았구려.” 유비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방통이 오자 유비는 친히 내려가 맞이하며 대접이 소홀했음을 사과했다. 유비는 방통을 부군사로 봉했다. – 261 페이지

당대 최고의 브레인 두 명을 꼽자면 단연 제갈량과 방통이다. 이 둘을 모두 가진 유비는 그 어느 순간보다 든든했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진짜 인재를 알아봤을 때의 유비의 말과 행동이다. 전혀 이기적이거나 거짓됨 없이 너무나도 열렬하게 맞이하고 안아준다.


이쯤 되면 제갈량과 방통이라는 인재는 결국 유비가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인재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권한과 지위를 부여하고 지원하는 것을 보면, 유비의 리더십이 정말 대단하다 할 수 있다.


“계륵은 먹자니 살점이 붙어 있지 않아 먹을 것이 못 되고 버리자니 고기 맛은 배어 있어 아까운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전쟁이 이 닭의 갈비와 같습니다. 나아가자니 이기지 못할 싸움이고 물러서자니 웃음거리가 될까 무서운 것이지요.” – 338 페이지

그 유명한 계륵이 등장했다. 삼국지를 읽지 않았던 나도 계륵의 의미와 유래를 알고 있었다. 이 애매하지만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을, 조조는 단 한 단어로 설명했고, 그의 수하 양수는 이를 명확하게 간파했다. 무릇 리더와 팀원은 이렇게 쿵짝이 잘 맞아야 하는 것 아닐까?


“황송하게도 폐하계서는 미천한 신의 재능을 높이 사주시고 삼고초려 하여 불러들이셨습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몸 둘 바 모르도록 황공한 대접을 해주셨습니다. 신이 목숨을 바친들 어찌 그 은혜를 갚을 수 있겠사옵니까?” – 405 페이지

천하의 천재 제갈량이 자신을 채택해준 유비에게 올리는 말이다. 제갈량 정도면 자신의 두뇌와 천재성에 취하여 거만해질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겸손함과 지휘관에 대한 충성심까지 가지고 있는, 조직에 있어 완성형 인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느낀 점은 제갈량이 될 수 없으니, 제갈량을 품고 쓸 수 있는 유비가 되는게 빠를 것 같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제갈량들이 자신이 발견되기를 기다리며 칼을 갈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적벽대전의 승전보를 가져올 수 있게끔 그들을 찾고 발견하여 빛나게 만들어야 한다.


사마의는 총명하고 지략이 뛰어나 제갈량과 비견할 만한 인물이었으니 제갈량은 그를 몹시 경계했다. 제갈량은 사마의가 병권을 위임받았다고 하자 그가 병권을 강화하고 군사를 제대로 훈련시켜 촉을 위협하기 전에 먼저 쳐야겠다고 나섰다. – 430 페이지

드디어 혼란의 삼국을 통일한 사마씨가 등장했다. 결과를 안 상태로 책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마’의 등장은 참으로 위풍당당하고 한편으로 소름이 돋았다. 항상 여유로운 제갈량도 ‘몹시’ 경계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 존재감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다만, 한족의 시선에서, 촉과 유비 그리고 제갈량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제갈량 등장씬에 비해 다소 임팩트가 떨어지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마음을 깨끗이 하시고 욕심을 버리시며 백성을 사랑하시어 그 효가 선황께 미치도록 하십시오. 신은 공을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가게되니 그 한이 가슴에 깊을 뿐이옵니다.> - 484 페이지

제걀량의 유서 내용이다. 앞 문장은 한 나라의 왕이 가져야할 마음가짐이고, 뒤 문장은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다. 천하 통일도 식은죽 먹기일 것 같던 제갈량의 죽음이 상당히 허망하게 느껴졌으며,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없을 것임을 직감하기도 했다. 결국 촉은 무능한 인물들로 인해 위나라 사마염에게 허무하게 항복하게 된다.




회사는 마치 삼국지와 같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상황들 속에서 전투하고 있다.

다들 본인들의 장점을 살려 전략을 짜고, 이를 통해 크고 작은 승전보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한 가운데에서 내가 각 인물별로 배워야할 점들을 찾고, 이를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항상 노력한다.


결국 스스로 학습하고 배우며 나 자신의 역량을 키워고,

내가 없는 장점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나의 팀원으로 만들며,

천하통일이라는 대의명분을 향해 계속적으로 정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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