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작성일 : 2025년 1월 11일
※ 리뷰에 앞서 최근 발생한 무안공항 참사로 희생되신 모든 분들에 대한 명복을 빕니다.
항공기는 다른 교통수단만큼이나 일상적인 교통수단이 되었다.
나 또한, 작년에 비행기를 탄 횟수만 7번이 넘으니 말이다.
그러나 항공 교통이 이렇게 일상적이고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기까지, 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있었고,
그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비행 및 항공기 운영에 있어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조종사의 개인 역량과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또한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강도들이 달아나는 마부 옆으로 바짝 따라붙어 권총을 머리에 들이대고 “Hi, Jack(영미원의 가장 흔한 이름인 John의 애칭)” 하고 인사(?)를 건넸는데 이 정도 거리가 되면 마부들은 더 이상의 도망을 포기하고 마차를 세웠다. “Hi, Jack”은 인사가 아니라 “이제 그만 세우지?”하는 협박이었다. – 17 페이지
얼마 전 하이재킹이라는 항공기 사고 관련 영화가 개봉했었다. 포스터를 보며, 이게 무슨 뜻일까 고민했던 때가 생각난다. 그 어원이 서양권에서 마차를 약탈하는 모습에서 기원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라고 했다. 하이재킹도 마찬가지다. 하이재킹은 비행기 안에서 납치범과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그리고 하이재킹을 방지하는 유일한 대책은 모든 탑승객의 신원과 소지품을 철저하게 검색하는 것이다. – 75 페이지
현재 공항 수속 절차는 매우 까다롭다. 공항을 갈 때마다 기내 및 탁송 수화물 규정을 찾아볼 정도로 복잡하고 외우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엄청난 줄을 기다리며 수속을 기다릴 때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토록 까다롭게 복잡한 수속 절차의 이유는 결국 사고 및 참사 방지임을 알 수 있다. 항공기 사고는 한두 명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음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착륙 전 조종사들은 착륙 준비가 완전히 갖추어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랜딩 체크 리스트를 수행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항목이 ‘랜딩기어-다운’이다.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으면 동체로 비상착륙을 해야 하는데, 동체 착륙은 비행기의 동체뿐 아니라 엔진과 날개에도 손상을 입혀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위험에 대비해 현대의 모든 항공기에는 랜딩기어시스템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중력으로 랜딩 기어를 내릴 수 있는 수동 시스템이 백업되어 있다. – 96 페이지
이번 무안공항 사고를 떠오르게 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제주항공의 보잉 737은 원인 미상의 이유로 렌딩기어를 제때 꺼내지 못했고, 결국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 그리고 비행기 후미가 지상에 마찰되는 상태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계속 질주하다가 외벽에 부딪히며 폭발했다. 항공기 사고의 대부분은 이륙 혹은 착륙 시 발생한다고 한다. 왜 이번 사고에서는 중력을 통해서 수동으로 랜딩기어가 나오지 않았는지, 그리고 비상 동체 착륙 훈련이 이전에 제대로 되어 있었는지 등을 따져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체 규정과 함께 매력적인 외모는 스튜어디스로 선발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인권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부족했던 당시 항공사들은 여성성을 상품으로 내세우는 데 문제의식이 전혀 없었다. 항공사들은 스튜어디스의 유니폼을 흰 장갑과 하이힐로 맞추고 신문과 TV 광고 전면에 일제히 승무원들의 여성성을 내세웠다. – 138 페이지
스튜어디스라는 이미지는 그 자체로 상당히 매력적이고 멋스럽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편견과 고정관념은 예전 항공사들로부터 시작된 여성성 상업화의 결과인 것이다. 나 또한, 승무원이라고 하면 일단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이는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승무원들은 항공기라는 폐쇄적이고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공간을 관리하고, 고객들을 통제해야 하는 비교적 책임감과 사명감이 높아야 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백 명의 승객이 탑승하는 에어라인 비행의 우선순위는 안전성 > 쾌적성 > 정시정 > 경제성이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시성이나 경제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많은 항공사에서 정책을 세우고 추진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에어라인 비행의 기본적인 원칙을 잘 모르는 경영자이거나 스스로를 경영자라고 착각하고 있는 조종사라는 것이다. – 166 페이지
결국 항공사도 돈을 벌기 위한 영리 기업이다. 따라서 원가 절감 및 수익 극대화를 위한 경영 바침을 기반으로 그 사업을 영위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산업은 사람의 목숨과 직결된 교통수단 이 주된 영업 수단이며, 한 번의 사고가 대참사를 만들 수 있는 큰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안전은 그 어느 목적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이는 항공사들의 기업 윤리들 중 필히 우선되어야 하며, 국가도 영리 기업들이 안전한 경영 방침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 관제사는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자신의 여자 친구 크리스틴에게 기내 방송으로 공개 프러포즈를 할 생각이었다. 관제사의 부탁을 흔쾌히 승낙한 기장은 관제교신 주파수를 기장 방송 시스템에 연결한 후 준비가 되었으니 어서 얘기하라고 했다. 관제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크리스틴에게 청혼을 하고는 모든 승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대답을 해달라고 했다. 객실승무원으로부터 크리스틴이 “Yes”라는 대답을 했다는 보고를 받은 기장은 웃으며 관제사에게 여자 친구의 청혼 승낙을 전달해 주었다. – 171 페이지
영화로 만들었으면 상당히 로맨틱한 장면이었을 것 같다. 관제와 항공기 관련 종사자라면 한 번쯤 해볼 법한 고백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 진지하게 생각하면 이는 매우 위험한 행위로 처벌받아 마땅하다고도 생각한다. 그래도 여러 위험들에 긴장한 상태로 책을 읽던 와중에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어 잠시 쉬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열기가 축적된 밀폐된 공간에 대량의 산소가 한꺼번에 유입될 때 발생하는 플래시 파이어였다. 플래시 파이어는 강렬한 복사열과 압력을 순간적으로 분출한다. 비상구가 열리기만을 기다리며 객실 앞쪽에 몰려 있던 승객들은 문이 열리는 순간 발생한 플래시 파이어로 폐와 피부에 심각한 열손상을 입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객실 뒤에 있던 승객들도 온몸에 불이 붙은 채 방향 감각을 잃고 마구 뒤엉켜 버렸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 212 페이지
화재로 인해 항공기가 비상착륙 하면, 모든 승객들은 최대한 빨리 그 지옥 속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탈출구에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며, 문이 열리는 순간 마치 폭탄이 터지듯 플래시 파이어가 발생할 것이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며, 이러한 위험들은 사전에 승객들에게 고지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여러 항공기 사고 위험에 대한 승객들의 숙지가 더해져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비행기를 타면 제일 먼저 비상구를 확인하고, 객실에 앉아 있는 동안 냄새나 연기와 같은 화재 징후를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승문원에게 확인을 요청하는 서구인들의 태도는 어릴 때부터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시간을 들여 체화된 것이다. 이런 사회적 인식과 태도는 일시적인 캠페인이나 승무원의 탑승 안내로는 결코 얻을 수 없다. 법과 제도에 앞서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에 대한 그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 수준이 항공 안전을 좌우한다. – 231 페이지
항공기 사고 예방에 대한 서구 사회의 선진적인 문화를 소개한다. 그에 비해 동양권은 다소 소극적으로 위험을 받아들이고 다소 미진하게 대처한다. 여기엔 문화적 차이도 존재하겠지만, 그래도 비행기 안에서 만큼은, 위험에 대한 인식이 있다면 그 누구보다 자신 있게 손을 들고 큰 소리로 위험을 발제할 필요가 있다. 객실 승무원이 모든 위험을 확인하고 대처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적다. 따라서 비행기 안전은 기장, 승무원 그리고 승객들 모두가 만들어 나가야 하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항공 산업이 발전함에 있어, 이를 향유하는 승객들의 의식 수준도 같이 올라가 지체됨이 없어야 한다.
보잉과 에어버스의 진짜 차이는 자동 조종 시스템에서 드러난다. 보잉은 어떤 경우에도 조종사가 비행기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설계한 반면 에어버스는 컴퓨터가 조종사의 통제를 제한하거나 개입할 수 있게 설계했다. – 270 페이지
세계적인 항공기 제작사 보잉과 에어버스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두 제작사의 창업자들의 철학에 따라 비행기의 설계가 완전히 달리 됨을 알 수 있다. 인간 중심적인 보잉과, 기계 중심적인 에어버스가 상당히 대비된다. 그러나 두 철학의 기본은 결국 ‘안전’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2017년 프랑스 유학 시 툴루즈의 에어버스 공장을 견학한 적이 있다. 엄청나게 큰 비행기들이 격납고 안에서 라인에 맞게 제작되고 있는 모습이 가히 장관이었다. 당시에는 비행기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이 책을 보며 다시 그 공장과 산업 현장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린드버그는 루스벨트 필드를 이륙한 지 28시간 만에 아일랜드 서부 해안 상공에 도달했다. 5시간 후 그가 파리 상공에 진입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비행기가 착륙할 예정인 루브르제공항에서는 멀리서도 린드버그가 공항을 찾을 수 있도록 활주로 등화를 최대한 밝게 켰다. 공항에는 대서양 횡단 비행에 상금을 내걸었던 오티그를 포함해 15만 명의 시민들이 린드버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밤 10시 22분 마침내 린드버그가 활주로에 착륙하자 이들은 일제히 비행기로 몰려들어 인류 최초의 대서양 횡당 비행 성공을 열광적으로 축하했다. – 313 페이지
텍스트로만 보더라도 가슴 벅찬 순간이다. 인류의 발전이 가시적으로 보이는 여러 역사적인 사건들이 있지만, 이 또한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대서양뿐만 아니라 태평양도 한 번에 건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럴 수 있었던 배경은 수많은 무모하지만 용감한 조종사들이 이를 이뤄 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임을 알 수 있다.
현대의 여객기도 제트기류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 특히 태평양 횡단 비행처럼 지구를 동서 방향으로 비행하는 경우에는 항로의 선택이 비행시간과 연료 소비량을 좌우한다. 항공사의 통제센터는 전문 항공기관에서 받은 제트기류 정보를 토대로 해당 공역을 관할하는 항공 당국에 그날의 가장 경제적인 비행경로를 요청한다. – 334 페이지
올해 초 삿포로를 다녀오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일본으로 가는 비행시간은 2시간인데,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시간은 3시간인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제트기류에 있었다. 동쪽으로의 항로는 순풍을 받으며 날아가지만, 서쪽으로의 항로는 역풍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하나 배우고 간다.
나는 역마살이 있어서,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2016년 프랑스 유학 시에도 유럽 및 아프리카의 15개국 54개 도시를 여행했고,
이는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따라서 항공기 탑승은 내 인생에 있어 매우 일상적이고, 앞으로도 정말 많을 것 같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보다 항공기와 비행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및 위급 상황에서의 대처 방법을 잘 알아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