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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파친코 2

이민진

by 김민규

*작성일 : 2025년 4월 15일


1편에 이어 2편을 주문해 읽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다시 펴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두세 페이지 정도 지나니 벌써 몰입감이 대단했다.


1편의 내용은 2차 세계대전 막바지, 전쟁 중의 한국과 일본에서의 조선인들의 삶을 그려냈다면,

2편은 전쟁 후의 일본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조선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전쟁 후 일본 내에서의 민족 차별과 조선인의 서러움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냉전 중인 대한민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불안함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잘 표현된다.


그리고 인물 간의 서사 사이사이에 당시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대상과

타지에서 살아가는 조선인들의 애환이 매우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선자가 어떻게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도, 달리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선자는 항상 노아의 삶에 한수가 끼어들까 봐 두려웠다. 그 돈 때문에 노아가 한수에게 얽매이게 될까? 하지만 돈을 받지 않을 수 있었을까? – 107 페이지

당시는 정말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이었기에, 먹고사는 것 외에 다른 것은 꿈도 꿀 수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렇게 생각하는 선자의 심정이 시대적으로 이해가 갔다. 선자 입장에서는 유부남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임신시키고 홀연히 떠나버린 한수이기에, 다시 나타난 그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외면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똑똑한 노아를 공부시켜 일본 최고 명문 대학교인 와세다대학에 보내려면 자신의 능력 이상의 돈이 필요했다. 이제 더 이상 여자가 아닌 어머니의 입장에서, 선자는 독사과를 베어 물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음날 아침, 한수에게 전화가 왔다. 선자가 사무실에서 나가고 몇 분 후, 노아가 총으로 자살했다. – 222 페이지

출근길 방배역을 지날 즘 이 대목을 읽다가 소리 내서 ‘헉!’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11년 만에 선자를 만났을 때의 노아의 반응이나 태연하게 차를 한잔 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읽는 이에게 있어 안정감과 화해의 느낌을 주었다. 따라서 드디어 노아가 선자를 용서하고 다시 요코하마로 가 가족들에게 자신의 새로운 가족을 소개하고 다시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완벽하게 도망쳤다고 생각했던 과거로부터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고 느낀 나머지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조선인’과 ‘파칭코 장사’, 이 두 키워드는 전후 일본 내에서는 상당히 천하고 더럽게 여겨진 것 같다. 완전히 상업적 사고가 박혀버린 나에게 있어, 불법이 아니고 돈만 잘 벌면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하지만, 깊은 종교적 믿음과 학식을 가진 당시의 지식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지, 노아의 아버지인 장한수를 비롯해서 동생 그리고 조카까지 모두 이 파칭코의 굴레 속에 살아가게 된다. 결론적으로 보면 노아는 단 한순간도 이 굴레에서 벗어나 못했던 것 같다.


“니가 그 남자를 노아의 아버지가 되게 해서 그 애를 부끄럽게 헀데이. 니 고생은 니가 자초한 기다. 그 불쌍한 아이 노아는 나쁜 씨를 물려받았다. 이삭이랑 혼인했으니 니가 운이 좋았데이. 억수로 좋은 사람이었다 아이가. 모자수는 더 좋은 핏줄을 받았다. 그래서 일이 아주 잘되는 기다.” – 266 페이지

선자의 어머니 양진의 말이다. 선자 입장에서는 가슴이 무너지는 말이다. 노아의 죽음을 그 누구보다 슬퍼할 사람은 그의 어미인 선자이다. 그게 자신의 어린 날의 실수로 인한 것이라고 하면 조금은 억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파칭코 일이 더럽다고 하면, 모자수와 솔로몬은 그곳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결국 당시 일본에 사는 조선인은 극심한 차별과 생활에 어려움이 있었고, 당당하게 거주하거나 번듯한 직장을 가질 권리도 없었다. 노아가 생각하는 올바른 세상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나 조선인들의 현실과는 사뭇 동떨어진 이데아가 아니었다 싶다.




이 소설은 2022년 애플 TV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되었다.

당시는 나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기 전이라, 영상 전 드라마 광고를 많이 봤던 기억이 있다.


우리 선자를 한평생 괴롭힌,

그러나 선자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떠오르는 그놈의 고한수가 누구인가 궁금해서 배역을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크롬을 껐다.

고한수 역 : 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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