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수
*작성일 : 2025년 4월 19일
정원이에게,
정원아 잘 지내냐?
느지막이 취업해 업무 보랴 연애 하랴 아주 바쁠 것 같구나.
가끔 우리 같이 학교 앞에서 공부할 때가 떠오르곤 해.
자주 학교 앞 식당에서 같이 저녁 먹고 산책하면서,
서로 되고 싶은 꿈이나 어떻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들 많이 했었잖아.
물론 그때와 지금은 환경이나 조건들이 많이 바뀌었지만
이 책을 보며 그때 같이 고민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너에게 이 책을 추천해.
서른 어디쯤에서 나와 같이 인생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을 너에게,
마흔 살의 이정원을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이를 위해서 자신의 욕망과 능력을 정확히 알고, 이 두 가지를 일치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이는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의욕하는지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나서야 비로소 참된 것을 이룰 수 있다. – 71 페이지
우리 둘 다 이 인식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아.
특히 나는 욕망이 능력보다 너무나도 앞섰고, 너는 욕망이 너무 느슨했던 것 같고.
결국 우리 둘 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부족했던 거지. 서로 잘하고 할 수 있었던 것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 긴 시간을 처박혀서 공부만 하며 자존감을 깎아 먹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래도 그 고단했던 시간들을 통해서 지금은 예전보다 자신 있게 무언가를 포기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해. 불혹의 나이가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이 더 명확해지기를 기원해.
쇼펜하우어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가 쓴 시의 한 소절을 들어 옳다고 말할 만큼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알려면 오래 살아 봐야 한다.” – 102 페이지
항상 우리가 했던 말이 나와서 가져와봤어.
학교 앞 생활을 할 때 둘 다 운동은 참 꾸준히 했던 것 같아. 나는 개인 PT를 너는 복싱을.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한다고 될 것이라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오히려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몸도 가볍게 해야 공부가 더 잘된다고 했던 너의 말이 생각나네.
이 생각은 이제 내 삶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매일 운동하는 삶을 살고 있어.
이젠 운동하지 않으면 오히려 피곤하고 몸 이곳저곳이 아프더라고.
요즘도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겠지?
오늘날 쇼펜하우어와 같은 글쓰기를 고집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좋은 글의 조건과 방향성에 대해 공감할 부분이 많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이윤보다는 사물 자체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이 꼭 필요하다. – 140 페이지
나는 학부 때 독서와 글쓰기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던 학생이었는데, 너는 아니었단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어떻게 친해졌나 싶기도 해.
너는 가끔 나한테 요즘 읽는 책도 추천해 주고, 직접 쓴 시도 보여주곤 했었어.
그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너 참 멋있는 대학생이었던 것 같다.
요즘은 일이 바빠 독서와 글쓰기는 자주 못하려나? 너 좋아하는 사진은 계속하고 있니?
이제 나는 이 분야에 관심이 생겨서, 만약 네가 예전과 같은 흥미가 있다면 같이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물론 강요하는 아니니까 부담 갖지는 말고.
사랑에 빠지면 모든 유행가가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이 늘 변하고 인생은 짧기 때문에 영원한 사랑은 없다. 다만 영원할 것 같은 착각 덕분에 덧없는 인생에 우리는 잠시 웃고 우는 추억의 시간을 함께한다. – 156 페이지
우리의 산책 주제 중 빼놓을 수 없는 주제는 당연히 연애와 사랑이었어.
뮤지컬 동아리 할 때부터 그 당시 썸 타던 사람들까지 참 다채롭게 사랑과 그 대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 (아파트 이론은 지금도 끔찍하다 정말!)
너는 나보다 더 로맨틱했던 것 같아. 문학과 영화 속의 사랑들을 나열하고 그러한 사랑을 동경했었잖아.
그에 비하면 나는 참 별생각 없이 사람을 만났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의 나는 어떻게 보면 더 현실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있지만,
네가 갈구하던 일말의 로맨스는 항상 간직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현명한 사람은 적절한 거리를 두고 불을 쬐지만, 어리석은 자는 불에 손을 집어넣고 화상을 입고는 고독이라는 차가운 곳으로 도망쳐 불이 타고 있다고 탄식한다. – 176 페이지
우리 뮤지컬 동아리 하면서 참 인간관계 문제가 많았었잖아.
특히 네가 정말 힘들었을 거야.
나는 배역 특성상 혼자인 경우가 많았지만, 너는 앙상블 전체를 이끌어야 했으니 말이야.
요즘 드는 생각인데, 위 인용구처럼 모든 인간관계는 불과 같다고 생각해.
그게 비단 가족이라도 말이야.
너무 가까워지면 그 열기에 화상을 입을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멀어지면 얼어 죽을 수 있다는 말이야.
여기서 포인트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거지.
요즘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 처음 만난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는 너에게 있어,
이 불 이론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되니까 무리하지 마.
우리는 둘 다 운동 좋아하고 건강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니,
아마 마흔, 쉰, 예순 넘게 계속 만나고 산책할 것 같아.
그때마다 서로의 걱정도 들어주고 또 조언하며,
지금처럼 상호 보완적 관계를 잘 이어나가 보자.
오늘도 고생 많았고,
조만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