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웨브
*작성일 : 2025년 4월 8일
요즘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무래도 ‘사랑’이다.
그걸 알아챈 내 주변 모든 알고리즘은 연애, 결혼 심지어 이혼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마구잡이로 쏟아낸다.
어떤 사람이 나와 잘 맞을까?
어떤 사람과 만나야 행복할까?
결혼 전제의 연애라면 조건이 중요한가? 그래도 로맨스가 더 중요하지는 않을까?
결혼이라는 현실에 주눅 들어 로맨스보다는 조건으로 더 기울던 내 마음속 무게 추는,
다시 만난 썸머로 인해 다시 한번 그 중심을 잡아가는 것 같았다.
저 여자 진짜 이쁘다!
톰이 일하는 회사에 썸머가 사장 비서로 입사한다. 톰은 썸머의 아름다운 미모에 반한다. 그에게 있어 그녀는 운명과도 같이 찾아온 것이다. 아름다운 썸머는 신포도가 되어 사내 많은 여우들에게 시기를 받고, 톰 또한 그녀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러나 엘리베이터에서 같은 음악 취향을 확인하면서부터 그들의 썸씽은 시작된다.
가라오케에서 취한 맥켄지를 택시 태워 보낸 후 톰과 썸머의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정말 나를 좋아하니? 단순히 친구로만?’ 서로를 강렬하게 끌어당기는 눈빛과 대사 간의 팽팽한 간격은 설렘이라는 강렬한 쾌감을 선사한다. 다시 연애하고 싶어 지는 장면이었다.
이 맛에 연애하지!
톰과 썸머는 본격적인 사내연애를 시작한다. 같이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심지어 같이 잠도 잔다. 그러나 누가 봐도 연인 사이인 그들인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썸머는 이케아 쇼룸 침대에서 톰에게 말한다. ‘나는 가벼운 만남이 좋아, 부담 없고 좋잖아? 그렇게 할 수 있지?’ 톰은 현재의 달콤함을 깨트릴 수 없기에 일단 알겠다고 한다.
톰은 안정적이고 영속적인 사랑을 강구하는 인물이다. 일명 ‘오늘부터 1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썸머는 현재의 즐거움이 미래의 계획적 안전감보다 중요한 사람이다. 어떠한 관계의 규명과 규정 그리고 약속은 족쇄가 되어 그녀를 구속한다. 톰은 운명적인 사랑을, 썸머는 우연적인 사랑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톰은 썸머의 아름다운 외모와 사랑스러운 성격 때문인지 불편함을 느끼지만 계속 이 이상한 관계를 이어 나간다. 뭔가 살얼음판 같은 연애가 지속되며 보는 입장에서 무슨 일이 터지겠다 싶었다.
도대체 우리 무슨 사이야?
결국 일이 발생한다. 바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둘에게 한 야성미 넘치는 남자가 다가온다. 그는 썸머한테 추파를 던지며 그녀를 귀찮게 한다. 그러나 톰은 자신 있게 그를 저지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는 썸머의 공식적인 남자친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낯선 남자가 톰이 당신의 남자친구냐고 묻지만, 톰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다. 결국 모욕감을 느낀 톰은 남자와 한바탕 몸싸움을 벌인다.
톰은 그 남자보다 이 애매한 관계와 이를 추구하는 썸머에게 화가 났을 것이다. ‘이 여자가 내 사람이다, 이 여자가 내 여자친구다’라고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처럼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썸머와의 약속이 계속 그를 옭아 매고 짓누르고 있다. 그는 결국 폭발해 버렸다.
집에 돌아온 둘은 그들의 관계에 대한 생각 차이로 갈등을 빚는다. 결국 한바탕 싸우고 서로 신경전을 벌이다 썸머가 먼저 톰을 찾아와 사과를 한다. 그녀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화내서 미안하다고 하고 가벼운 스킨십으로 톰의 마음을 녹여버린다. 그러나 이야기한다. ‘그래도 나는 이런 사이가 좋아.’
그렇게 어영부영 지내다 결국 썸머는 이 관계의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관계는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다. 톰은 힘든 하루하루를 보낸다.
네가 결혼이란 걸 한다고?
결국 톰은 직장에서 나와 원래 자신의 꿈이었던 건축가가 되기 위해 공부한다. 그 와중에 썸머는 식당에서 책을 읽던 자신에게 책 내용을 물었던 남자와 결혼한다. 둘은 예전 데이트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의 개념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다.
톰은 썸머에게 배운 우연적 사랑을 이야기한다. 운명은 다 거짓이고 결국 우연적 사랑만이 진실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썸머는 달랐다. ‘내가 10분이라도 그 식당에 늦게 갔더라면 지금의 남편을 만날 수 있었을까?’라며 모든 우연은 운명을 위한 길잡이라고 말한다. 결국 둘의 사랑에 대한 방향성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몇 번을 본 영화인지 셀 수 없지만,
이번 감상을 통해 또 한 번 썸머와 설렘 가득한 연애를 한 느낌이다.
결국 썸머 입장에서의 톰은 결혼까지는 아니었다고 판단했던 것일까?
혹은 그녀에게 있어 톰은 연애와 결혼이라는 부담스러운 제도를
수용할 수 있게 해 줄만 한 사람은 못 되는 것이었나? 왜?
나이를 먹을수록 연애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