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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리뷰] 귀멸의 칼날

고토게 코요하루

by 김민규

*작성일 : 2025년 6월 2일


“애니가 그렇게 재밌어?”

애니메이션,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내가 던졌던 질문이다.


나도 어렸을 적 포켓몬스터, 디지몬, 유희왕 등의 만화영화를 보면서 컸다. 엄마를 졸라 포켓몬 딱지나 디지몬 카드를 엄청나게 사 모았던 기억도 있다. 탑블레이드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그 누구보다 크게 ‘고우 슛!’을 외치며 팽이를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른, 즉 성인이 된 이후로는 애니를 전혀 본 적이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에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졸업한 것일까?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큰 흥미를 갖지 않았다. 이후 <진격의 거인>, <원펀맨> 같은 애니가 잠깐의 흥미를 끌긴 했지만, 크게 접해보려 시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까지 서론이 길었던 이유는, 이 <귀멸의 칼날>은 나의 애니에 대한 그 고리타분하고도 고지식한 편견을 완전히 깨 부셔주었음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그 시작은 썸녀의 추천이었다. 일상적인 취미 이야기 중 애니를 본다는 이야기를 한 그녀는, 나에게 애니의 그 깊은 감동한 파워풀한 서사를 전달해 주었다. 처음에는 그녀가 애니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낄까 싶어 반쯤 억지로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3일 만에 탄지로는 눈앞의 무잔을 놓치며 무한성에 빠지고 있었다. (3일 만에 다 봤다는 뜻이다.)




테마

귀멸의 칼날은 기본적으로 흡혈귀 이야기이다. 인간세상을 위협하는 흡혈귀와 이를 막으려는 인간의 대결이 주된 애니의 흐름이다.


햇빛

일단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흡혈귀답게, 이들은 햇빛을 보면 살이 타버리기에 낮에는 활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혈귀들은 항상 밤에 활동하며, 이때 인간을 사냥하고 마을을 습격한다.


감염

혈귀에게 물린 인간은 또 하나의 혈귀로 변한다. 이 또한 우리가 아는 흡혈귀의 테마와 비슷하다. 혈귀에 물린 인간은, 동공이 희미해지고 송곳니가 자라나 심통 난 표정으로 또 다른 인간의 목덜미를 노린다.


귀살 방식

인간의 편에서 혈귀를 무찌르는 조직을 ‘귀살대’라고 하고, 귀살 대원들은 기본적으로 검을 사용한다. 혈귀용 특수 철로 검을 만드는 장인들이 모여 사는 ‘도공마을’이 이 귀살검의 공장이 되겠다. 혈귀를 죽이는 방식은 이들의 목을 베는 행위로 이뤄진다. 혈귀 신체의 다른 부분을 벤다면, 이는 다시 재생이 된다는 규칙이다.




자, 일단 기본 규칙을 알면 절반 이상은 흥미가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그 구성인물과 내용에 대한 리뷰를 하겠다.

(같은 감동을 전하는 일이 이렇게 흥미로운 것이었나?)


호흡

모든 귀살 대원은 검으로 혈귀를 베어낸다. 그러나 이들은 각자 특유의 호흡법을 통해 자신의 신체를 단련하고, 검술을 한층 향상한다. 그 호흡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물, 화염, 소리, 벌레 등 각 인물들의 훈련 환경과 조건에 따라 호흡의 테마가 달라진다. 그리고 인물별 검의 움직임에 자신의 호흡이 입혀지는 일러스트 효과가 나타난다. 이 포인트가 만화책보다는 애니로 봐야 하는 이유이다. 예를 들어 물의 호흡을 사용하면, 검의 움직임이 물결과 함께 일어난다.


기술

검을 다루는 기술의 명명에는 특별한 규칙이 존재한다. 그 규칙은 아래와 같다.

[XX 호흡, 제 XX 형, 기술 이름]

예를 들어, 주인공 탄지로의 경우 ‘물의 호흡, 제4형, 잔잔한 파도!’라고 외치며 푸른 물결의 검술로 혈귀의 목을 벤다. 아주 감동스럽고 멋진 장면이다. 호흡과 기술의 명명이 정제되어 있고, 이를 알아가며 학습하는 게 재미있다. 기술 이름을 같이 외치며 행복해하는 나의 모습을 보니, 오타쿠는 행복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열

또 다른 재미는 악역인 혈귀 내 서열이다. 기본 골조는 ‘무잔’이라는 혈귀 대마왕이 자신의 특수한 피를 인간에게 전파하여 강력한 혈귀들을 만들어낸다. 무잔으로부터 수혈받은 혈귀는 총 12명으로, 상현 6명과 하현 6명이 있다.


혈귀는 기본적으로 밤에 활동한다. 따라서 태양보다는 달에 더 가까우며 친근한 존재이다. 따라서 이들은 달의 명칭과 형태에 기원해 상현과 하현으로 구분된다. 너무 재미있지 않은가?


그들의 이름은 각자의 눈에 한자로 쓰여 있다. 눈만 봐도 얘가 누구인지, 또 얼마나 강한 혈귀인지를 바로 파악이 가능하다. 아주 직관적인 구분법이라 마음에 들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 몇 개를 설명하며 마무리하려 한다.


무한열차와 염주

올해 3월 싱가포르 여행 당시 쇼핑몰 한 구역이 전부 애니로 꾸며져 있는 것을 보았다. 지금은 그게 무엇인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테마가 ‘귀멸의 칼날’이었다. 그중 드래곤볼의 초사이언인 3과 같은 긴 머리의 인물이 참 많았는데, 그가 바로 화염의 호흡을 쓰는 염주이다.


사실 무한열차 편에서 염주가 너무 빨리 죽어서 허탈하고 아쉬웠다. 주인공 이상의 패기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여줬는데, 상현 3 따위한테 져서 더 이상 애니에 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의아했다.

염주형 죽을 때 탄지로와 함께 울었다.


혈귀와 사연

혈귀들이 죽는 순간, 항상 그들의 인간시절의 과거 회상 장면이 나온다. 인간이었을 때의 어렵고 힘든 시절, 이를 이겨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혈귀가 되었지만, 죽는 순간에는 모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슬프지만 허탈하게 사라져 버린다. 보는 이로 하여금 교육적인 측면을 담으려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의 나쁜 혈귀는 없다.’라는 교훈을 주는 듯하다.


주변에 물어보니 귀살대만큼이나 혈귀들의 인기도 대단했다. 특히 염주를 죽인 상현 3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결국 인간과 혈귀는 그 형태만 다를 뿐이지, 내면은 모두 하나로 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 전 용산 아이파크를 갔는데, 6층의 절반이 애니 팝업으로 꾸며져 있었다. 이제는 한 명의 애니 덕후로 당당하게 그 안으로 들어가 상품들을 구경했다. 여기서 두 가지를 느꼈다.


첫 번째는 애니 관련 콘텐츠의 가격대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작은 피큐어 하나가 4만 원이 넘어가는 것을 보고, 이게 확실히 돈이 되는 산업이구나 싶었다.


두 번째는 행복한 분위기였다. 분명 어른들이 훨씬 많은데, 그들은 마치 디즈니랜드에 처음 온 아이들 마냥 행복해하며 그 문화를 즐기고 있었다. 애니가 어린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어른들에게도 큰 감동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곧 7월 극장판으로 개봉하는 <귀멸의 칼날 : 무한성>이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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