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작성일 : 2025년 6월 6일
내게 그림은 창문처럼 보였고, 그 창을 통해 나는 다른 세계로 날아올랐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샤갈은 참으로 솔직하고 따뜻한 작가로 느껴진다.
모든 그림에 진심과 정성이 느껴지고, 하고자 하는 말이 가득 담겨 있다.
또한, 그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이나 이념들도 세부적으로 잘 녹아들어 가 있는 느낌이다.
그의 다양한 예술 활동 그리고 작품들을 통해 샤갈이라는 사람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순간이었고, 한편으로 그림은 그 사람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창구라는 점도 새삼 깨달았다.
생애 전반
샤갈은 러시아 비텝스크에서 태어난 유대인이자 러시아인이다.
그는 그림 공부를 위해 프랑스 파리로 넘어가 그곳에서 그의 예술적 잠재력을 폭발시킨다.
그러나 세계대전 발발로 인해 뉴욕으로 망명하고, 새로운 환경과 자극 속에서 작가 생활을 이어간다.
마지막 여생은 남프랑스의 아름다운 니스해변과 코트디쥐르의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
98년의 일생을 살았으며, 그 안에서 수 만점의 그림을 그려냈다.
특히 그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으며,
그림을 자신과 세상의 소통의 창구로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고향, 비텝스크
샤갈은 러시아 비텝스크 출생의 유대인이다. 당시 정해진 영토와 국가가 없었던 유대인들은 전 세계에 퍼져 유랑 생활을 하고 있었고, 우리도 알다시피 많은 종교적, 민족적 차별과 박해를 받았다. 따라서 그의 어린 시절은 유대인 차별로 기억되며, 그가 표현한 고향은 회색 빛의 황무지와 같다.
그러나 샤갈은 한평생 이 서글픈 고향을 그리워했고, 그의 모든 그림의 바탕은 브텝스크에 기반한다고 말한다. 비록 어렵고 힘든 유년을 보냈지만, 그는 이를 예술적 기초로 삼고 계속적인 예술적 행보를 보여준다.
동물 그리고 물고기
샤갈의 그림에는 여러 동물들이 등장한다. 유대 종교적 뜻에 따라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동물과 사물로 깃든다고 믿은 그는, 많은 동물들을 의인화하여 작품을 그려낸다.
한편, 그의 그림에는 유독 물고기가 많이 등장한다. 이는 그의 아버지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샤갈의 아버지는 수산업자였고, 그의 유년시절 기억 속의 아버지는 생선의 비린내로 남아있었다. 따라서 그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물고기를 그림 속에 넣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림 속 물고기를 통해 이를 그리는 순간의 샤갈의 생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다채로운 색깔
샤갈의 작품은 다채로운 색깔의 향연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기본색인 빨강, 파랑, 초록 등을 통해 그의 생각과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일단 빨강은 열망과 열정을 표현한다. 전쟁 상황에서의 평화 혹은 첫 번째 부인인 벨라와의 사랑을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하는 색깔이다.
파랑은 우울함을 나타낸다. 벨라가 죽은 이후 그의 그림의 주된 색을 파란색이다. 그는 오브제의 형상뿐만 아니라, 색깔을 통해 자기 자신을 표출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초록색은 안정감이다. 첫 번째 부인의 사별 이후 두 번째 부인인 브로츠키를 통해 그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따라서 그는 그림 속 두 번째 부인에게 초록의 색깔을 선사한다.
전쟁 그리고 유대인 학살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의 고통은 영겁의 시간 동안 계속되며, 그것의 극치는 나치의 등장으로 완성된다. 차별과 학대, 그리고 학살 속의 상황들은 샤갈에게 있어 고통과 고난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따라서 그는 그의 작품 속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이 고통을 표현하고자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그는 구약의 출애굽기를 모티브 한 작품을 쏟아낸다.
이를 통해 이 지옥 같은 전쟁에서 벗어나야 함을 계속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그다음은 서커스이다. 샤갈의 서커스 혹은 광대 관련 그림들을 볼 때 자칫 생각하면 그의 아름다운 색깔이 가미된 밝은 그림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유대인들을 서커스 단원으로 빗대어 표현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다. 장애 혹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먹고살고자 얼굴에 웃는 모습의 분칠을 하고 위험한 쇼를 하며, 정착할 장소가 없어 계속 유랑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그들의 운명이 마치 자신의 뿌리인 유대인과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따라서 그는 서커스 그림을 그릴 때 그 속의 단원들의 표정과 얼굴에 가장 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따라서 그 배경의 색깔은 온통 파란색이다.
주요 작품
샤갈의 첫 번째 부인인 벨라를 형상화한 그림이다.
벨라는 그의 영원한 뮤즈이며, ‘사랑’이라는 감정의 주인공이다.
그림 중심의 벨라는 그의 영원한 사랑을 나타내며, 그녀는 샤갈의 예술적 고향인 파리 위에 위치한다. 좌측 위에는 비텝스크가 있고, 우측 아래에는 안정감의 여인인 두 번째 부인 브로츠키도 보인다.
이 그림 한 점을 통해 샤갈의 ‘사랑’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그는 자신의 삶과 생각을 여과 없이 가득 채워 그림을 완성한다. 여백의 미? 그런 것은 샤갈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샤갈의 그림은 가만히 서서 10분은 보고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느낌이다.
샤갈은 화가라고 칭하기 부족할 정도로 다양한 예술적 활동을 했다. 무대 연출, 조형, 도예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자기 자신을 세상에 보여주고 표출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오페라 하우스 디자인이다. 그는 시, 회화 그리고 음악, 이 세 가지가 모두 존재하는 오페라가 예술의 통합적 집합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의 오페라 작품의 무대 연출과 디자인을 직접 하기도 했다. 참으로 다재다능한 천재라고 생각된다.
이번 샤갈전을 감상하며,
그림이 주는 전달 방식의 큰 재미를 느낀 것 같다.
글보다는 직관적이며, 영상이나 사진보다는 표현이나 묘사가 자유롭고 다채롭다.
우리도 매일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슨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말과 행동을 통해 세상에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즉시 휘발되고, 우리의 존재와 그 자취는 감쪽같이 사라진다.
여기서 예술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21세기 대한민국의 한 청년이,
100년 전 한 러시아 작가의 깊은 내면까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예술이 최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