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무네아키
*작성일 : 2025년 6월 8일
이력을 정리하다 보면 내가 하는 일에는 유독 ‘기획’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보인다.
사업 기획, 아이템 기획, 프로세스 기획, 단기 프로젝트 기획 등등…
사실 학부 때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기획은 무엇이다’라고 배운 적은 없다.
단순히 회사와 팀이 이익, 그리고 고객가치 최대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고민했다.
저자 마스다가 이끄는 CCC라는 회사는 기획 회사이고, 고객 경험과 그 가치의 극대화를 겨냥한다.
내가 기획이라고 칭하며 하던 일들이 마스다의 철학과 얼추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많은 공감을 느끼며 글을 읽었다.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영업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증가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46 페이지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신념이고, 시대와 기술은 변해도 영원히 불변하는 진리인 고객가치 극대화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최근 각 분야에서 정상을 찍고 있는 기업들과 인물들의 행보 또한 이와 같다. 한 사례가 넷플릭스이다. 넷플릭스의 오프라인 DVD 배달과 구독 서비스를 진행하던 중 고객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영상물을 더 편하게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지금의 넷플릭스를 만든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하면 주가를 높일 수 있을까? 가 아니다. 고객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만들고, 그들의 유익과 효익을 생각하고 그에 맞게 사업 구조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돈과 주가는 따라오게 된다.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느낄 수 있는, 구심력을 갖춘 이념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 열쇠다. – 76 페이지
회사 내부 고객의 가치 또한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회사 외부 고객만을 진짜 고객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회사가 우선적으로 영업해야 하는 고객은 내부 고객인 ‘종업원’이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가 많은 사람한테 사랑을 베풀 줄 안다고 했다.
회사 외부의 고객에게 감동을 전하려면, 이를 전달하는 실질적 가교인 종업원들부터 감동시켜야 한다. 종업원들이 그 과정이 재미있다고 생각해야 온전하게 이를 외부 고객에게도 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원이라는 고객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외부 고객의 가치도 상승할 것이다. 경영자들은 이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즉시성과 직접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현재 현실 세계가 인터넷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우위성이다. – 106 페이지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으로 인해, 현재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모바일 및 온라인 플랫폼 없이는 진행되기가 어려운 시대이다. 대한민국 또한 판교로부터 시작되는 IT 회사들의 빠른 성장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절대 오프라인이라는 현실 세계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물론 최초의 접근과 최종의 결제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도, 그 일련의 소비 과정에는 고객이 직접 경험하고 느껴보는 현실 세계가 존재하며, 이는 그들의 구매 결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경영자는 고객의 소비 과정을 단계별로 뜯어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전체 고객가치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의 경우 전시장의 형태가 바뀔 수 있다. 고객의 차량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은 오프라인으로 극대화하며, 홍보나 마케팅 그리고 계약 및 결제의 기능 등은 간소화하여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적재적소’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CCC는 매장을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해 주는 형식으로 재편했다. ‘영화를 즐긴다.’, ‘집에서 생활의 여유를 맛본다.’, ‘소통을 창출한다.’ – 115 페이지
일전에 읽은 <공간은 경험이다>와 그 맥락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오프라인 매장과 그 안의 공간은 더 이상 매매만 일어나는 장소가 아니다.
고객들은 더 이상 기업이 제안하는 물건만 보고 자신의 삶을 예상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며 잠시나마 그 물건과 함께 인생을 살아 본 후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나온 개념이 ‘라이프 스타일 판매’이다. 단순히 ‘이거 좋아요’가 아니라,
‘이 제품과 함께 라면 이런 라이프가 펼쳐집니다. 이런 인생 어떠세요?’인 것이다.
광명 이케아 매장을 가면 그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더 이상 제품들은 카테고리별로 분류되어 있지 않고, 여러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제품들을 배치해서 공간 자체를 전시하는 것이다. ‘이 의자 이쁘죠?’가 아닌, ‘이런 방에서 책을 보는 당신의 라이프는 상상해 보셨나요?’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나도 최근에 책 읽기에 더 집중하고자 이케아에서 독서용 의자와 스탠드를 구매했다. 당시 집무실 형태의 여러 공간들 중 한 공간에서, 적은 빛의 차분한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책을 보는 나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방에 전시되어 있던 의자와 스탠드를 구매했다. 제품 자체가 좋아서 구매한 것이 아니다. 공간과 그 안에서의 나의 미래 라이프를 구매한 것이다.
해답은 항상 고객에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원은 지시를 내리는 상사가 아니라 고객을 바라보아야 한다. 고객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가져온 해답은 결국 독선적인 의견일 뿐이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 – 140 페이지
우리네 주니어 친구들이 항상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조직에 처음 들어가 적응하는 시기에는 그 어떤 것보다 직장 상사의 지시와 명령이 절대적으로 느껴진다. 따라서 고객 입장에서의 합리적 판단 없이 상사의 모든 지시를 그대로 따른다. 물론 그에 대한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 책임은 지시한 상사에게 물을 수 있겠지만, 종국적으로 고객의 가치는 떨어졌을 것이며, 이는 회사 전체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현상이다.
따라서 상사와 부하직원 모두 고객 쪽을 바라보며 지시하고 이를 따라야 한다. 혹시나 그것이 고객 가치를 저하시킨다고 생각이 들면, 자신 있게 그에 대한 의심과 수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게 말단에서부터는 시작되기 어려운 보수적 집단이라면, 이는 경영자가 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기에, 항상 전하고 알려 모세 혈관까지 흘러갈 수 있게 적극적인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저자와 CCC라는 회사를 공부하던 중 얼마 전부터 한남나인원에서 개최된 ‘츠타야 팝업’을 발견했다.
텍스트로만 접한 그들의 매장 혁신을 피부로 느끼고자 바로 한강진역으로 달려갔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직관적인 매대를 보여준다.
‘이런 모자와 양말, 그리고 가방과 라이터까지!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라고 묻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내가 추구하는 라이프와는 사뭇 달랐다.)
책에서 본 서적의 진열 방식의 예시를 볼 수 있었다.
서적과 잡지 그리고 여타 문화 상품들이 테마별로 묶여 전시되어 있다.
국내 한 갤러리와 콜라보하여 미술품 전시를 하는 공간이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일본의 츠타야 서점의 경우도 여러 갤러리 혹은 작가들과 협업하여 이렇게 미술작품도 전시하여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라이프스타일에 빼먹을 없는 것이 예술작품이다. (다만, 가격을 보니 내 라이프와는 살짝 이질적으로 느껴져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