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작성일 : 2025년 9월 7일
이봐, 해봤어?
누구나 아는 현대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명언이다.
항상 어렵고, 힘들고, 내부 검토가 필요한 나에게 허를 찌르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 기업 문화 및 그 운영 방식에 대해 약간의 사대주의가 생긴 것 같다.
‘삼성은 애플을 절대 못 따라간다.’, ‘왜 GS는 넷플릭스처럼 할 수 없는 거지?’
이런 관념들이 쌓여가던 중,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을 꺼내 들었다.
결국 가장 높은 레벨까지 올라가면 그 뜻이 거의 비슷해지는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왜 이렇게까지 하지?’ 싶은 무용담들이 참으로 많은데,
돈이나 명예 혹은 그에 준하는 어떤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문제 해결, 그리고 성장과 발전이라는 무한의 목표를 가졌기 때문에,
그리고 그 안에서의 크고 작은 성취가 너무도 즐겁기 때문에,
그렇게 때문에 계속해서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더 하려야 더 할 게 없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다하는 최선.’
이 것이 내 인생을 엮어온 나의 기본이다. – 35 페이지
정주영의 신화는 쌀집 알바에서 시작된다. 서울에 상경하여 이런저런 알바를 하던 도중, 쌀집에서 쌀을 배달하는 일도 한다. 성미와 성격이 급한 그는 항상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며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들을 찾아냈고, 결국 쌀집 주인의 마음을 사, 가게를 이어받는다.
이 책에는 정주영이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정말 다양한 문제들이 터지고 이를 해결하고자 동분서주하는 그의 모습을 계속적으로 지켜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단 하나의 공식만을 가지고 모든 문제를 풀어낸다. 바로 ‘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기’이다. 그의 이런 불굴의 의지와 실천력의 시작이 바로 이 쌀집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영자가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직원들에게만 이래라저래라 해서는 말이 씨도 먹히지 않는다. 나는 우리 직원 하나하나를 전부다 장차 경영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두를 나 같은 경영자로 만들어내는 훈련을 시켰던 것이다. – 82 페이지
조직에서의 신분과 위치가 올라감에 따라,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사람들을 다뤄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내가 다 해보거나 해봤어야 하는 것이고, 그 공감대와 이해를 가지고 인원들을 지휘해야 한다. 저 사람이 이 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지 없는지는, 시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직원을 부품, 특히 소모품으로 생각하고 운영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나의 파트너이며 조력자이다. 다시 말해, 같이 수많은 고난과 문제들을 해결하며 나아가야 할 동반자이다. 따라서 네가 나보다 더 위대하고 능력 있는 CEO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를 표현하며 직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즉, 모두가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나는 그 성취감을 좋아한다. 그래서 ‘현대건설’ 외에도 많은 업종의 회사를 갖게 돼 그룹 회장, 명예 회장으로 불리고 ‘경제인’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혼자 내심으로 나는 어디까지나 건설업을 하는 ‘건설인’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잃어본 적이 없다. – 129 페이지
나는 이 ‘성취감’이라는 키워드를 정말 좋아한다. 내가 하는 모든 활동의 그 원동력은 항상 성취감이다. 현재 내 삶의 가장 큰 3개의 축인 일, 독서, 운동 모두 그 과정의 즐거움보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더 성장함에 있어 느껴지는 성취감이 더 크고 중요하다. 그리고 그 느낌이 너무 재미있고 신난다. 따라서 이 기분을 유지하고자 더 열심히 일하고, 시간을 쪼개며 독서하고, 매일 체지방을 태우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그 연료가 ‘성취’라는 것이, 정 회장님과 나의 유일한 공통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 새로운 도전에는 ‘수업료’라는 게 필요한 법이다. 시련 없이 순조롭기만 한 일이란 도전이 아니다. – 139 페이지
전설의 기업 ‘현대자동차’의 공장 설립에 대한 시련 속에서 정주영의 생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람이라면 어떤 문제나 큰 손실이 터졌을 때 후회하거나 하지 말걸이라는 생각을 한다. 당연하다. 이는 나의 안위를 지키고 그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이자 본능이다. 결국 생물학적 본능이기에 이를 이겨내고 극복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그러나 이 인간적인 감정을 이겨냈기에 동양에 작은 나라에서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를 만들질 수 있었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조직에서도 경영자들이 비슷한 질문을 하곤 하신다.
‘그래, 너네 손실 많이 본건 알겠고, 그래도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뭘 배웠나?’
‘그 교훈들과 노하우를 가지고 뭘 더 해볼 수 있겠나?’
당장의 손실에 낙담하고 슬퍼할 시간이 없다. 투두리스트는 당장 2가지이다. 하나는 지금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이 교훈을 통해 무엇을 더 해볼 수 있느냐 이다. 실패했다고 멈추면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지만, 실패를 통해 배우면 끝없이 발전할 수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고 성공은 성공의 아버지이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뭔가를 계속하면’, 언제 가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치지재격물’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지식으로 올바른 앎에 이르자면, 사물에 직접 부딪혀 그 속에 있는 가치를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참다운 지식은 직접 부딪혀 체험으로 얻는 것이며, 그래야만 가치를 제대로 아는 법이다. – 158 페이지
정말 공감 가는 대목이다. 사무실에서 아무리 검색하고 조사해도 알 수 없는 것이 있고, 이는 직접 가서 보고 듣고 경험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나에게 제주도의 수산물 유통 구조와 그 경로를 파악하고, 그 속에서 상용차량의 판매 기회를 탐색하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물론 지피티와 구글링을 통해 그 전반적인 내용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에 맞게 감마가 이쁘게 보고자료도 만들어 줄 것이고, 이를 상부에 보고하고 설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여기에는 현장의 목소리와 진실이 없다. 물론 전반적인 조사도 필요하지만, 그 속을 깊게 파헤치려면 직접 가야 한다. 직접 가서 보고, 관련자들과 인터뷰하면서 그 디테일을 피부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더 현실성 있는 조사와 실질적인 솔루션을 마련할 수 있다.
따라서 두 달간 거의 매주 제주도에 가서 하루에 400km씩 운전하면 온 섬을 계속해서 돌아다녔다. 매일 새벽 5시 주요 항구들을 방문해 수산물의 경매부터 시작해서 도매와 소매로 이동하는 경로를 파악하고 직접 따라다녔다. 그 속에서 만난 ‘중매인’이라는 직업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제주도 수산물 유통의 핵심이 이들임을 인지하고 확인했다. 그리고 유통 중의 필요한 운송 컨디션과 시간 그리고 관련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험들을 파악했다.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공략해야 할 시장과 타깃, 그리고 포기해야 할 것들이 명확해졌고, 전략의 방향성도 더 확실해졌다.
치지재격물이 맞다. 정말 맞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의 주체는 사람이다. 가정과 사회, 국가의 주체도 역시 사람이다. 다 같이 건강하고 유능해야 가정과 사회, 국가가 안정과 번영을 이룰 수 있다. – 239 페이지
우리나라는 다양한 자원도, 넓은 영토도, 좋은 기후와 풍광도 없다. 그냥 사람뿐이다. 사람이 자원이고, 사람이 강점이다. 따라서 인재 육성과 교육이 나라의 판도를 가를 만큼 중요하고 많은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교육과 경쟁이 심화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은 ‘똑똑한 1명이 나머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했다. 결국 사람의 잠재력을 알고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정주영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우리의 환경과 한계를 알고, 어떤 자원들을 육성해서 발전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그래야 전략이 생기고, 방법이 보일 것이다.
그것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근면한 민족인 우리 국민이 이룬 업적이라고. – 357 페이지
대한민국의 민족성이 남다르긴 한다. 일단 성실을 기반으로 상당히 악착같다. 그리고 다른 것보다 자식 교육에 진심이다. 그럴 수 있었기에 빠른 속도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고, 엄청난 경제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소위 ‘국뽕’이라는 단어를 많이들 사용한다. BTS, 손흥민, 봉준호, 케데헌 등 이 작은 나라가 세계를 들썩이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애국심이 생기고,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바탕은 결국 국민성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은 어디에 떨어뜨려 놓아도 그 안에서 가장 열심히 할 것이고 무엇인가를 이뤄낼 것이다.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기업인이지만, 기업의 이익을 거두어가는 곳은 정부라는 것을 국민들이 잊지 말아 주기 바란다. 우리는 세액을 뺀 나머지 30%를 다시 고용 증대와 재투자에 쓴다. 간단히 말하자면 기업이란, 국가 살림에 쓰이는 세금의 창출에 큰 몫으로 기여하면서, 보다 발전된 국가의 미래와 보다 풍요로운 국민 생활을 보람으로 알고 일하는 집합체이지, 어느 개인의 부를 증식시키기 위해, 혹은 폼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는 척도를 돈으로 삼지 말기를 바란다. – 364 페이지
책을 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업들이 겪는 곤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선 때마다 정치자금을 전달하고 대선이 끝나면 또 그 정권의 개입과 압박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의 경우 박정희 정부에서는 큰 성장과 발전을 이룩했지만, 그 이후 정권 속에서는 많은 고난과 정부의 미움으로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사실 지금도 그 상황은 많이 다르지 않다. 기업의 일은 그 정권의 내국적인 방향성에 따라 그 판도가 초단위로 바뀌고, 국가의 외교 정책과 그 운영에 따라 외국적인 장례가 달라진다. 따라서 기업마다 관을 상대하는 대관부서들이 별도로 존재하고, 이들은 관 출신인 경우가 많다.
사업의 성공 비결은 참으로 복합적이다. 좋은 사업구조와 아이템 그리고 건실한 직원들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느 국가에서 속해 사업을 영위한다면 원만한 대관업무 또한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
부부가 결혼해서 일생을 함께 산다는 것은 결혼이라는 형식으로 묶여서 자식을 낳고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며 늙어가는 일이다. 존경하고 인정할 점이 없으면 사랑할 수도 없다. – 418 페이지
정 회장님께서 이렇게 결혼에 대한 교육까지 해주실 줄은 몰랐다. 요즘 결혼에 대한 생각이 부쩍 많아지면서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크다. 외적인 이상형, 성격적인 부분, 환경, 배경, 조건 등 어떻게 보면 나이와 결혼 가능성은 정비례하는 것 같다.
어제 어머니와 데이트를 했는데 정 회장님과 똑같은 말씀을 하셨던 게 기억난다. 어머니께서는, 살면서 밉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이 정말 많을 텐데, 그래도 함께 살아가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서로에 대한 절대적인 ‘존경’이라고 하셨다. 상대방에 대하여 평생을 존경할 만한 점이 한 가지 이상 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부모님과 같은, 그렇게 서로를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결혼을 꿈꾸게 된다.
정 회장님의 수업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기업인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일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주신 것 같다.
다음 선생님을 찾아 떠나보려 한다.
삼성, 대우, LG… 아직 갈 길이 멀다.